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네클로시 Jun 01. 2023

미드나잇 뮤지엄[도서]

[Review] 똑똑똑 뮤지엄 방문하러 왔습니다.

포근한 이불에서 벗어나 하루를 간단한 빵과 커피로 시작한다. 어느 미술관에 갈지 무슨 작품을 눈여겨볼지 이미 정해두었기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기차, 버스를 타고 미술관으로 달려간다. 그동안 오늘 만나볼 작품들을 책의 이야기로나마 잠시 눈에 담는다. 그렇게 푸른 들판을 지나 미술관에 도착한다. 나의 몸을 삼켜버릴 작품 앞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낸다.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이기에 당분간은 현실로 만들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회사에 출근하는 길에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 마음가짐은 꼭 프랑스의 한 미술관에 가는 것처럼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도록 아침을 행복하게 만드는 장치 중 하나로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휴대전화 대신 책을 꺼냈다. 취업준비생일 땐 아침 먹으면서 경제 뉴스를 들어두고 기준금리, 주식 이야기를 많이 접하려고 노력했다면, 요즘에는 책을, 가사 없는 음악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오전 출근길 휴대전화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소식들 천지이기에 화면을 잠시 꺼두고 책을 꺼내고자 노력한다. 아침 식사와 출근길을 잠시 함께하는 엄마도 요즘에는 경제보다 예술에 관심 있냐며 물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우연히 출근길에서 마주친 회사 선생님은 회사에 오는데 왜 웃으면서 힘차게 걸어오냐고 신기해하기도 한다. 


이름 모를 클래식 음악을 귀로 흘려보내고 눈은 알록달록 작품들을 바라보다 보면 화가의 생을 알아가는 재미가 늘어난다. 미술관 관련된 책을 여러 개 읽다 보면 겹치는 화가와 내용이 있는데, 그럴수록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음을 체감하면서 실제로 작품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기대하게 된다.



어린 시절 미술 학원이나 학교에서 그림을 그릴 때도 선의 구분을 통한 명확함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하나하나 선을 채워가며 그리는 표어를 좋아하기도 했다. 여기서 만나는 그림들은 선보다는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더 눈에 띈다. 선이 명확하지 않지만, 상은 매우 잘 보인다. 흐릿한 덕분에 따스함이 전해진다. 조화가 아름답다.



유명한 화가와 유명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화가와 작품들을 가까이하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 진입 장벽이 높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 있는 여러 뮤지엄 속 여러 화가의 작품 이야기를 읽어보며 오히려 처음 보는 낯선 그림체의 화가를 만나는 기회 자체가 더 매력적인 포인트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르는 인물을 알아가는 재미와 그의 그림체를 처음 보는 시각적으로 신선한 자극 덕분에 오히려 입문자가 더욱더 미술과 그림에 빠져들 수 있다. 


화가의 숨결과 생명을 하나둘 모아 차곡차곡 눌러 담은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두 감상한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들의 생명을 느끼며 일상에 큰 생동감을 선물 받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작가의 말대로 저녁 시간 침대에 앉아 평온하게 책을 읽는 것도 좋고, 출근길 잠시의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펼쳐보는 것도 좋고 나의 방식대로 책을 만난다면 파리의 뮤지엄 속 화가들의 질문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심청 [공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