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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기 Jan 13. 2019

지난여름 그 호숫가에서 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정보통신기술 발달이 가져올 인간관계의 변화


성경을 수도승이 속기할 때까지만 해도 성직자는 신도들에게 신의 말씀을 가지고 구라를 칠 수 있었다. 라틴어로 작성된 성경을 일반인이 구할 수도 없었고, 읽어도 뜻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추측과 해석, 유추와 과장, 축소 및 변조를 일으켜도 일반인들이 확인할 수 없었다. 




인쇄술의 발달은 성서를 무한정 복사할 수 있게 하였고,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서 일반인들도 원문을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에 벌어지는 일은... 당연하다. 진실 논쟁이다. 성서를 해석하는 방법, 문자의 의미 등을 두고 성직자들 간에, 일반인,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달라졌다. 정보를 장악하던 중세의 성직 계급은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되었는데, 그 결과 개신교가 탄생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 성경을 뛰어넘은 주장도 나오게 되었다. 




지배계급이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성서가 사용되던 중세시대는 성경이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근거를 잃게 되었다. 기술의 발달은 정보를 소수자에게서 대중에게 확산시킨다. 




1970년대 최불암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범인을 찾아내는 방식은 용의자의 진술과 정황 증거들이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려는 자는 범죄현장 증거를 은페, 인멸하면 수사를 피해 갈 수 있었다. 현대의 수사는 주요 용의자들의 통신기록, 즉, 휴대폰 압수 및 조회에서부터 시작한다. 은행 신용카드 거래 추적, 컴퓨터의 이메일 추적 등을 통해서 범인이 은폐하고 싶은 증거들을 수집할 수 있다. 기술의 발달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SNS의 발달은 개인의 일기장을 공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매 순간, 자신의 행적과 생각, 의견을 남기다 보니, 굳이 기자가 도서관에 가서 과거 신문자료를 검색하지 않아도 일반인들이 특정인의 언행을 SNS의 기록을 통해서 모조리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히틀러가 21세기에 다시 등장한다고 해도 SS친위대를 통한 언론통제를 할 수 없다. 사람들은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다니고, 곳곳에 CCTV가 있어서 어떤 음모도 노출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인쇄술의 발달이 성경을 수도원 밖으로 노출시켰던 것처럼,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기관 내부의 자료와 개인적인 데이터까지 세상에 노출시키게 되었다. 




이 경향은 더욱 확대되어서, 사람 간의 거래를 공중이 관리하는 체제인 Block Chain에 이르게 되었다. 거래대상이 주택이든, 배추 한 포기가 되었든 그 상품이 현재 위치까지 오는 동안의 모든 경로와 거래 관련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정보는 공개되고 관련자들의 컴퓨터에 저장되므로, 이런 사회에서 누구도 정보독점을 통한 지배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에 대한 진실공방이 수사기관을 떠나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논쟁이 되는 것은 마치 성경이 처음으로 독일어로 번역되어 출간되고 난 다음에 성서 해석 논쟁이 벌어진 상황과 같다. 숨기고 싶은 일이 있다면 통신장비를 몸에 지니지 않고 외출해야 하고, CCTV에 잡히지 않는 곳에 머물러야 하고, 가게에 들어가서 현찰로 구매를 해야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은 정보 노출을 극대화시켜서 외도, 횡령, 사기가 불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유추해석보다는 사실관계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더 신뢰하게 될 것이고, 데이터, Fact에 기반한 것만을 수용할 것이다. 




현대인들은 정보 노출의 사회에 살고 있으며,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많은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데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Facebook에 의견을 하나 달아도, 누군가로 부터 연락이 와서 공개적으로 다른 일에 연루될 수 있다. 다중에 노출되는 것은 박수와 비난을 받게 되는 공개 무대에 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아무와도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미래 사회는 불편하게 다가올 것이다. 더 이상 조용히 혼자 사는 삶은 불가능해진다. 인간의 두뇌 신경망과 연결되는 컴퓨터 장치가 개발이 되면 그때는 영혼마저 털리게 될 것이다. '나는 지난여름 그 호숫가에서 그 여자를 바라보면서 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고 있다'




영화 <완벽한 타인> https://www.youtube.com/watch?v=Un6KljDbPmY 은 알아야 하지 말 것을 빅데이터 수집기술의 발달로 타인에게 노출되었을 때 인간관계의 지옥이 올 수 있다는 섬뜩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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