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시는 문제의식에 그 뿌리를 둔다. 적어도 내가 이 공간 안에 멋대로 펼쳐 놓은 녀석들은 그렇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녀석들이 우리의 문제의식을 살짝 건드리기라도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자글자글 하게 접힌 구석구석에
번들거리는 지방이 너무 많이 끼어 있다.
창자 벽 구석구석에
껌딱지 마냥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는 게
그것 참 떼어 내기 어렵다.
관장약을 넣었다.
한번, 두 번
세 번째 넣으려던 찰나
놈들이 반응하기 시작함을 감지했다.
놈들은 나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 댔다.
느낄 수 있었다.
조금 기다려 볼까도 했지만
녀석들을 더 붙잡아 둘 이유가 없었다.
관장약을 넣었다.
한번, 두 번
처음보다 조금 더 강하게
그러자 놈들은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뻘건 색 피를 토하며 밖으로 끌려 나왔다.
우리는 퇴로를 차단한 뒤
놈들을 겹겹이 포위한 채로
아무 말 없이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놈들은 켁켁대며 얼굴을 가리기 바빴고
우리는 별수 없이 마지막 일격을 가해야 했다.
관장약을 쐈다.
커다란 관장약 통에 연결된 호스로
놈들의 머리를 정확히 조준한 후
인정 사정없이 관장약을 쏴 댔다.
이거면 충분하겠지,
이제 다 끝난 걸까?
놈들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남자를 지배하는 것이 여자인 것과 같이, 육체를 지배하는 것은 정신이다. 정신을 지배하는 것은 사상이며, 사상을 지배하는 것은 사랑이다. 하지만 또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사랑을 지배하는 것은 물질이고, 물질을 지배하는 것은 비전이다. 비전을 지배하는 것은 정책이고, 정책을 지배하는 것은 공무원인데, 공무원을 지배하는 것은 대통령이고, 대통령을 지배하는 것은 국민이다. 그런데 또 웃긴 것은, 국민을 지배하는 것은 물질이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물질을 지배하는 것은 정책이다. 이건 뭐 돌고 도는 쳇바퀴가 거미줄처럼 무한하게 얽혀 있으니, 무엇 하나를 도려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결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라는 것이 생기고 자유자본주의가 확장하면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은 그 첫 지점에서부터 항상 가까웠다. 정치권력만 가지고는 큰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것은 비단 경제권력도 마찬가지이다. 양쪽이 물리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될 때
그때서야 두 사이드의 결합 시너지는 극점을 찍게 된다. 이때 두 사이드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실을 우리는 흔히 ‘비리’라고 부른다. 이 가느다란 실은 여느 영화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질기고 튼튼하다. 사실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거니와 우연히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잘라 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전문가가 아닌지라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아마 영원히 잘라 내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후달린다.
비속어로 표현해서 미안하다.
너 때문이다. 네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가 다행히 잘 마무리되는 듯해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모든 것이 뒤집어진다 해도, 모든 것이 나아지고 있는 듯 보여도, 네가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너는 너무 쉽다. 너는 너무 착하다. 너는 너무 쉽고 착해서 정에 이끌리고 정에 무너진다. 정에 약한 것, 그거 나쁜 것 아니다. 하지만 네가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명백히 나쁘다. 모두가 정에 약해도 너만은 그래서는 안 된다.
제기랄, 따지고 보면 전부 다 너 때문이다.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