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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진 Oct 13. 2024

우리가 듣지 못하는 이야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

굉장한 성공을 이뤄내어 자신의 성공 배경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약한 성공을 이뤄내고 자신의 성공 과정을 겸손하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성공하지 못 한 사람에게 자신이 처절하게 노력했던 시간을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모두가 집중하는 것은 성공했다는 사실 그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결국 접하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무용담이지 성공하지 못 한 사람들의 사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성공을 목전에 두었거나 성공 근처까지 갔던 사람의 이야기도 안 된다. 어찌 됐던 결과물이 있어야 그 목소리에는 설득력이 생기고 사람들이 들어주는 법이다. 


그렇다면 성공하지 못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중요한 시험에서 한 문제 차이로 탈락한 사람들의 이야기,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준비했던 대회를 망친 사람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에 조금, 아주 조금 모자랐던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실패했다고 여겨지지만 누구보다도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 


얼마 전에 고시 합격생들의 수기를 모아놓은 책을 읽게되었는데 책의 표지에는 이런 말이 써져있었다.


 "시험에 앞서 가장 먼저 보아야 할 필수과목 중의 필수과목"


과연 이 합격 수기 모음이 모든 과목에 우선하는 필수과목이 되는 게 옳은 일일까. 합격자들의 수기를 읽고 있으면 그들의 피나는 노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실패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고 이 정도로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독자에게 그들만의 방식을 입증시킬 뿐이다. 물론 처음 도전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실패 이야기부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무조건 성공만을 주입시키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면서 당장 하루하루 열심히 발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멀리 보이는 성공을 부러워하기만 하면서 자신의 현재 상태를 비관하게 되니깐 말이다. 


그리고 오직 성공만을 바라보고 살다가 실패를 맛보게 되면 그 실패에서 오는 타격은 누구보다 클 것이다. 그래서 늘 도달할 수 있는 결말이 성공 뿐만이 아니라 실패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글은 많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책들의 대부분은 노력하려고 하지말고 성공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적당히 노력하고 적당히 먹고 사는 것. 공감되는 부분이 꽤 많은 글들이다. 도전하는 것에도 많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고 그 도전을 성공시키는데에는 그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심지어 도전했던 것을 포기할 때에도 그만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본다면 그냥 현상유지만 하면서 쉬엄쉬엄 사는 것도 괜찮아 보이기는 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도 이렇게 쉬엄쉬엄 살아가지만 이 중에서도 노력하지 않는 것은 같지만 목표만큼은 원대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적당히 먹고 사는 법을 주장하는 글들은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긴 한데 도전을 하기 위한 용기는 없고, 노력하기는 귀찮고해서 점점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로 불안해져 가는 사람들말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똑똑한 작가들은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없다고 말하며 그들을 꾀어낸다.


하지만 노력했지만, 최선을 다 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 한 사람들을 위한 글은 흔하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도,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도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실패가 그저 "실패"라는 두 글자로 인식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들의 노력과 최선이 실패라는 것에 모두 묻혀버리는 것이 두려울 뿐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더 가깝고 친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성공은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우리가 친숙하지 않은 성공한 사람들 혹은 성공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지 우리에게 친숙한 실패와 좌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요즘 세상은 인간이 실수를 반복하도록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떠한 실수는 반복할 겨를도 없이 단 한번만에 실패로 가는 직행열차를 태워줄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우리가 내릴 매일, 매순간의 선택에는 지금 당장은 드러나지 않을 먼 미래에서나 후회하게 될 선택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먼 미래를 마주했을 때 나의 선택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때쯤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래, 나도 알아. 나도 성공하고 싶었어.

라며 실패를 당당하게, 담담하게 내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고 싶다. 성공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한 이 세상에서 성공과 거리가 멀었던 혹은 정말 근접했었던 그러한 과거의 이야기들을 적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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