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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은부드러워 Aug 27. 2019

무료의 영역을 유료화로 혁신한 브랜드

어쩌면 유료화가 정답이다.

어느 정도의 팁이 적당할까?


해외여행을 다니며 느끼는 곤란 중에 하나는 팁과 관련된 경험입니다. 팁이야 뭐 대충 2~3달러 주면 되지.라고 말할 수 있으나 또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경우가 있죠. 예전 하루키 에세이서 본 구절을 언뜻 기억해보면 팁이란 무릇 액수에 상관없이 자신감 있고 리드미컬하게 건네주어야 하는 게 핵심이다.라는 취지의 글을 본 것 같은데, 역시 하루키 다운 멋있는 일반화라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평범을 넘어선 매우 좋음과 매우 나쁨의 양극단의 예외 케이스를 마주 할 땐 그런 리드미컬함의 알반화가 일그러지는 경우를 종종 겪게 됩니다.  


얼마 전 개인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습니다. 지인과 함께 마레 지구의 이탈리안 다이닝에 들렸을 때의 일입니다. 트러플 피자와 파스타가 유명한 맛집이었고 또 그 명성에 걸맞은 보기 좋은 식사가 차려졌죠. 그 정도 맛집이면 서비스가 허술한 부분이 있어야 인간적일 텐데 서버의 서비스 역시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습니다.


반듯하게 다려 입은 셔츠와 우아한 제스처, 한결같이 품위 있는 매너, 재료에 대한 유쾌한 설명까지. 프로페셔널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지인 모두 그런 서버의 모습을 말 그대로 넋 놓고 구경했죠. 그런 극진한 상황은 항상 뒷일이 걱정입니다. 식사를 마치며 테이블에 통 크게(?) 5유로를 남겨뒀지만 오히려 더 써야 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정말 멋있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파리에 있다 보면 자신의 개성에 표현하면 좋을 것 같은 특유의 프랜치 시크함을 서비스의 영역까지 끌고 들여오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곤 합니다. 불편한 시크함은 어느 정도 납득되더라도 그런 어중간한 상황에 어설픔을 추가하면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 베드 케이스의 경우 백이면 백 서버 쪽이 되려 은근한 자세로 팁을 눈치 주곤 하는데 그런 경우는 1유로도 아까운 기분입니다.



파리에서 먹었던 트러플피자와 파스타.



왜 그 브랜드는 가격을 더 받나요?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갈릴 수 있다는 것. 을 파리 여행에서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또 다르게 느낀 것은 가격 자체는 굉장히 모호하다는 것이었는데, 생각해보면 많은 부분에서 가격은 마땅한 기준 없이 책정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어떤 서비스는 5유로 이상의 값이 책정되고 어떤 것은 1유로도 아깝게 느껴지는 걸까요?  어쩌면 무료라고 생각했던 서빙의 품질을 극적으로 향상함으로써 5유로를 지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다양한 무료 비즈니스 영역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또 반면에 10유로의 서빙이 있다면 어떤 모습의 서비스일까?라는 과감한 물음에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도 브랜드 입장에서 좋은 접근 일 수 있죠.


차이가 없던 카드시장을 프리미엄화 시킨 브랜드는 현대카드였습니다. 메탈 소재의 블랙, 퍼플, 레드 등 차별화된 감성 디자인과 의미 있는 문화 혜택을 통해 심심한 카드를 하나의 오브제로 만들어버렸죠. 연회비 300만 원을 호가하는 블랙카드는 금액 이외의 까다로운 발급 조건으로 더 유명합니다. 무료라고 생각되었던 카드의 영역을 값비싼 연회비를 통해 유료화했고, 또 그 가격 이상의 서비스로 카드의 가격을 타당화시킨 현대카드는 곧바로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획득했습니다. 매우 훌륭한 브랜딩 사례였죠.


카드의 혁신을 이루었던 현대 프리미엄 카드



무료라는 귀찮음


당연하게 무료였던 분야에서 오히려 극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것 역시 혁신의 한 방법입니다. 특히 산업 간 경쟁의 양상이 매우 비슷하거나 차이가 없는 분야에서 오히려 이런 역설적으로 가보는 유료화 전략은 차별화된 경쟁우위는 물론 프리미엄이라는 의미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무료의 다른 말은 저품질입니다. 혹은 무 품질일 수도 있겠군요. 품질이 없고 시장 가격이 없으니 무료로 제공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꼭 무료여야만 했었나? 에 대한 대답의 끝은 공급자 입장에서의 '귀찮음'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카드가 있기 전까지 카드업계는 획일화된 제품으로 일관했고, 넷플릭스가 있기 전 방송국들은 비슷하게 짜여있는 스토리의 영상 콘텐츠만 다루었죠.


'업계의 문화를 수호하자'라는 근엄한 목소리로 자신의 비즈니스 영역을 딱딱하게 지켜가는 산업군이 꽤나 많습니다. 저 또한 대기업에서 일해 보면서 이 부분은 꼭 고쳐야 할 텐데 라는 부분을 몇십 년씩 유지시키는 경우를 보곤 했습니다. 그런 귀찮음이 서려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니 너무 많습니다.


무료였던 분야를 유료로 전환하는 자세야말로 소비자 혁신의 첫 스텝일 수 있습니다. 무료라는 귀찮음이 존재하는 영역은 반대로 진정한 가치혁신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인 것입니다. 1유로의 팁이 결코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경험이 될 수 없듯이 무료의 서비스 영역은 결코 소비자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영상의 유료 구독을 통해 영상 콘텐츠의 질을 혁신한 넷플릭스



자신이 돈을 쓰는 곳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점점 더 정교화되고 개성화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서비스와 제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현상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생필품 하나도 인터넷으로 비교해보며 사는 알뜰한 밀레니얼 세대 역시 운동, 요리, 여행, 교육 등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영역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 지출의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게 현재의 모습입니다. 그중 교육, 지식 콘텐츠 등 자신의 미래와 발전에 쓰는 비용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퍼블리는 '일하는 사람의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브랜드 미션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유료 지식콘텐츠 스타트업입니다. 월 멤버십 구독료인 21,900원을 통해 온라인 기반의 경영, 경제, 마케팅, 시사 등의 지식콘텐츠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기존 퍼블리가 콘텐츠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지식콘텐츠도 돈을 받아야 한다.'


퍼블리 홈페이지 캡처


기존 지식기반의 콘텐츠 사업의 한계점은 지속 가능한 정보와 기대 이상의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질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소스가 부족하다는 말이죠. 퍼블리는 이러한 업계의 한계를 정확히 짚었습니다. 질 좋은 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제공.


퍼블리는 지적 탐구심이라는 니즈에 부합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였고, 지급받은 구독료의 합을 통해 소비자 기대 이상의 지식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가 돈을 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은 결론적을 더 질 좋은 콘텐츠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자금의 흐름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구체화되면 그에 합당한 가치의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제작되고 활성화되기 마련입니다. 퍼블리는 르포, 인터뷰, 서적 등 지식이라는 콘텐츠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지식콘텐츠의 영역을 실험해보고 있습니다. 무료의 영역에서 보지 못했던 콘텐츠들이죠.


독서모임 커뮤니티 트레바리, 트레바리 홈페이지 캡처


또 다른 지식 기반 비즈니스는 커뮤니티입니다. 트레바리는 월 최소 5만 원 이상의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가입하는 독서토론 스타트업입니다. 월평균 1회 만남에 독후감을 쓰지 못하면 예정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엄격한 규율로도 유명한 커뮤니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입인원이 5,000명이 상회하는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입니다.


트레바리는 기존 독서모임이 갖고 있던 인원 섭외, 장소 섭외, 참여 불확실성 등 나름의 한계를 갖고 있는 독서 커뮤니티의 한계점에 주목했죠. 강남, 성수, 안국 등 서울 요소에 준비되어 있는 모임 아지트와 체계적인 커뮤니티 관리를 통해 독서모임의 불완전성을 해소해준 것이 트레바리의 역할이었습니다. 퀄리티 좋은 커뮤니티의 신뢰성이 확보되니 자연스레 그 가치를 원하는 진정성 있는 소비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진정성 높은 소비자의 가치는 꽤 중요합니다. 진정성 있는 소비자의 결합은 또다시 그 진정성을 원하는 다른 여타의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자연스레 커뮤니티의 수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가격을 통해 커뮤니티의 질을 높이고, 그 커뮤니티에 부합하는 고객을 끌어들였다는 면에서 트레바리는 나름의 브랜딩을 성공한 스타트업이라고 보입니다.



진정한 소비자 가치란?


진정한 소비자 가치가 결국 서비스의 무료화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치=가격이라는 마케팅의 옛 격언을 되돌아보면 결국 무료 영역의 서비스는 저 가치의 소비자 만족과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경쟁 시대에 저가격 혹은 무료의 영역이 꼭 합당화되어야 하고 넘 보지 못할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혁신의 영역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무료라는 귀찮음을 발견하고 가격을 받을 정도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뚜렷한 차별화가 어렵고 경쟁이 만연한 브랜드 생태계에서 한 번쯤 깊게 고민해볼 주제입니다. 그런 과감한 접근이 현실적인 불가능의 벽에 부딪힐 수 있겠지만, 반대로 불가능의 사고 회로를 돌려보며 결론적으로 무료의 영역과 불가능의 영역의 사이에 알맞은 접점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비스의 기대 수준을 높임으로써 돈을 받아야 하는 영역을 캐내어보는 것. 브랜드 입장에서 좋은 시도이며 관점입니다. 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중앙값의 서비스 룰이 아닌 좀 더 외곽의 영역의 초점을 두고 서비스 품질에 변주를 주는 것도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시작점 일 수 있습니다. 결국 1유로의 서빙과 5유로의 서빙이 고객에게 전혀 다른 경험으로 다가가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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