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CHaaE를 만드는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
내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니.
이건 어떤 느낌이냐면 고등학교 때 만난 첫사랑과 10년만에 다시 만나 결혼하게 된 그런 느낌?
브랜드를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하고 정말 많은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었다. 이미 가진 정체성 중에서 답을 찾아보려고 했었다. 좋아하는 음식, 잘하는 글쓰기, 늘 해왔던 계획짜기, 가장 돈을 많이 써온 카페, 2년동안 해온 부동산 투자 등등. 사실 웰니스 쪽은 유심히 보지 않았다. 언젠가 돈을 많이 벌고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게 된다면, 심리학을 꼭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만 가졌을 뿐, 심리학을 공부하고 특정 심리학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런 저런 고민을 한지 약 6개월.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며, 나는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전하고 싶은지를 계속해서 디깅했는데 결국에 전하고 싶은 가치가 자꾸 웰니스 쪽으로 결론이 났다. 사람들이 마주치는 수많은 어려움과, 사회가 주입하는 불안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결론. 삶을 잘 챙기고, 아프기 전에 예방하고, 삶을 불행하지 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결론. 결국엔 내가 나의 인생을 살면서 추구하고 싶은 단 하나의 가치.
최근에, 힌스 브랜드 디렉터 분의 인스타그램을 알게 됐는데 그 분의 인터뷰에서 공감가는 부분을 찾았다 그리고 나는 그 몇문장에 기대에 브랜드를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신규 브랜드의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인생의 3분의 2에 가까운 시간을 고민해온 문제와 그 해결 방법을 담은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와 제품이 될 예정이다.(...)내가 타겟팅하는 고객과 진입하고자 하는 시장에 있어 그 누구보다 제일 고관여자가 되어보는 것. 내가 가장 좋아하고 고민해본 영역에서 브랜드를 시작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일을 사랑하며 즐겁게 할 수 있다!"
-출처.@itsmagk 인스타그램
서론이 길었는데, 고등학교 때 만난 첫사랑인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생의 1/3을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싶어서, 자꾸 불행해지는 내 마음이 이해가 안되어 그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멀리 멀리 길을 돌아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온 느낌이다. 나는 고등학교때 교내 심리학 동아리 프시케를 만들었었었다.
1. 심리학 동아리 아이디어의 시작
고등학교 3년 내내 꿈은, 심리학과에 진학하는 거였다. 대학교에 가서 배워보고 싶은 학문이 심리학밖에는 없었다. 공부할 계획을 잔뜩 세워놓고 며칠동안 우울함에 빠져서 하나도 계획을 못지키는 그런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자꾸만 마음 한 쪽에서 제동이 걸리는 그런 내가 이상해서. 다들 행복한 것 같은데 지나치게 긴장하고 걱정하는 내가 미워서. 그렇게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한권씩 읽어나갔던 심리학 책들은,유일하게 믿을만한 위로였다. 그렇게 시작한 심리학 공부에 대한 흥미가 사회심리, 조직심리, 범죄심리까지 더 다양한 심리학 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번져갔다.
눈치 챘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1학년때는 구체적으로 '신경 심리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이 말은 신경정신과 의사를 목표로 했다는 거다. 1학년 시험을 모두 보고 날 때까지만 해도 그 꿈을 버리지 못했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수학 과학을 의대에 갈 수 있을만큼 잘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더 광범위한 심리학의 세계를 파기 시작했다.
2. 동아리를 만든다는 것
심리학과가 내가 진짜 생각하는 그런 곳이 맞는지 맛보고 싶었다. 그래서 국영수를 공부하는 시간을 빼서 다른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사실 그 시간에 국영수 공부를 조금 더 했다면, 심리학과에 진학하기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어쩌겠나 내가 이런 인간인걸) 혼자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한다면 더 즐겁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심리학 동아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학교에는 영어잡지동아리도 수학동아리도 댄스동아리도 철학동아리도 있었는데 심리학 동아리는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이름은 혼자 며칠을 고민해서 PSYCHE(프시케)로 지었다. 여고생들의 심리학 동아리 명으로 딱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나중에 영어식 발음으로는 '사이키' 라고 해서 약간 좌절했지만..동아리를 개설하려면 절차가 있었는데 그 첫번째는 특정 인원 이상의 부원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10년 전의 나는 더 겁이 없었던 건지 그냥 (정말 그냥!) 돌아다니면서 친하든 친하지않든 영업하며 같이 동아리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심리학 동아리에 대해 모두의 기대하는 바가 다른 상태에서 모교의 최초 심리학 동아리 프시케가 만들어졌다. 땅땅-
3. 심리학 동아리가 나에게 남긴 것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마주친 가장 큰 문제는, 나도 심리학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며, 한국 심리학회를 참여해서 (성인되고 학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나..) 청소년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을 듣기도 하고. EBS에 나오는 심리학 관련 영상들 그리고 대학교와 대학원의 심리학 설명을 자세히 읽었었다.그렇게 쌓은 심리학 분야에 대해서 약간의 지식으로 2년동안의 동아리 활동을 기획해 나갔다. 행동심리학, 범죄심리학, 임상심리학, 아동심리학, 사회심리학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블루밴드 캠페인이라는 나름의 정부지원(?)캠페인도 했었다.
지금 보니까 좀 믿기지 않는 기억인데 임상 심리 전문가 분께 연락을 해 강의를 부탁하기도 하고
덕성여대 심리학 동아리와 만남을 주선해 보기도 했다.심지어 교내 동아리 행사 날에는,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HTP검사를 해주는 활동도 진행했었다.정말.. 아무것도 모르니까 .. 용감했따. 그냥 부딪히고 해나갔다.
4.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작은 사업체를 꾸린다는 건
아주 작게 생각한다면, 동아리를 운영하는 것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어려웠던 점은, 내 머릿속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부원들과 공유하는 게 어려웠다. 함께 심리학과 입시도 준비하고 또 더 큰 꿈을 꿔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더 발전하는 (?) 역사 깊은 동아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건 잘 되지 않았다. 혹시 브랜드를 하며 팀을 꾸린다면, 내가 가진 생각과 비전을 말이 아닌 문서로 공유하고 싶다. 그나저나 내가 프시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지금 동아리를 하는 학생들은 모르겠지
그리고 웰니스 브랜드를 하려고 하면서, 심리학 동아리를 만들었던 기억부터 꺼내고 있을줄은 아마 아무도 모르겠지.
5. 경기에 참여할 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 그게 전부
심리학이 좋아서,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고 그 활동을 바탕으로 입학사정관제에 지원해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용기가 안났다. 지금 10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어필 가능했을 경험이었을텐데 스스로 작아져서 그 게임에 참전하는 것 자체를 포기했다. 그게 지금 생각했을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10년 전의 쪼그라들었던 나를 보며 지금 이렇게 생각한다. 지더라도 경기에는 참여하자. 10년 뒤 후회가 남지 않게.
마음이 힘들때는 닥터프로스트 만화책을 펼쳐보고, 이상심리학 교재들을 찾아보면서 그렇게 나의 이상하고 모난 마음을 이해하고 다독여가면서 살았다. 나도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을때 항상 의지가 되는 건 마음에 대한 학문이었다. 성인이 되고 난 뒤에도 나의 숨쉴 구멍은 항상 심리상담사 선생님,신경정신과의 의사선생님, 명상지도자님, 요가선생님, 심리학과 교수분들이 쓴 각 분야별 책들. 돌아 돌아, 나를 제대로 살피는 웰니스 브랜드를 만들자는 지금으로 찾아왔다. 모교의 심리학 동아리 프시케는 현재도 많은 부원들이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