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들도 그렇긴 하지만, 홍콩에서 일단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것은 빅버스 타기 그리고 2층 버스 타고 하염없이 돌아다니기. 그 중에서도 홍콩 시내 근처의 해변은 무조건 무조건 추천.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적하면서도 부내나는 해변에 마냥 앉아 있으면 양조위 생각도 나고 양조위가 맡은 배역들 생각도 나고 이런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저런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여러 사색을 마주하게 된다.
아참 이 때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지난 편에 말한 것과 같이, 화양연화에 나온 골드핀치 레스토랑에 가는 거였다. 친구가 남겨준 댓글처럼, 지극히도 세트장처럼 생긴 레스토랑에서 지극히 세트처럼 생긴 비싸지 않은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그런데 기대보다 정말 맛있었어서 다음에 홍콩에 가게 되면 꼭 다시 갈거다.
홍콩 거리에 가득한 한자들을 보다보면 고등학교 시절 한문교육과에 가고싶다며(...) 떼쓰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그때 '방'씨 성을 가진 선생님이, '유진아 한자를 좋아하는 건 좋은데 너는 진짜 선생님과 너무 안어울려. 너는 진짜 별로인 선생님이 될 것 같아' 라고 말하셨던게 생각난다. 워낙 좋으셨던 분이라 그때도 그 말을 듣고 기분 나쁘기보다 아 정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다시 만나게 된다면 또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대체 내 어떤 점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신건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ㅋㅋㅋ
아 참고로 이날은 시장 구경갔다가, 길 지나가는데 갑자기 옆으로 벽돌이 떨어져서 죽을뻔;;; 한 날이었다. 이날은 열심히 싸돌아다니려고 편하게 입고 나왔다가 벽돌 봉변을 맞닥뜨리는 바랑메 너무 놀라서 숙소로 일찍 돌아와 빨리 잤다.
그래도 벽돌 떨어지기 전에 야무지게 찍어뒀던 멋진 야경 사진들은 많이 남았다.
나는 이 말도 안되는 번쩍거림이 너무 좋더라.
아마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즈음에 다시 홍콩을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