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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youngjoo Oct 28. 2019

웃어주지않는 무인기계의 역습

너도 나도 같은 ‘인간’입니다

카페 알바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어도, 카페를 끊은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학원에 간 아이를 기다릴 때,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나는 카페를 이용했다. 일을 하고있을 때도 느꼈지만 이 일만큼 입장전환이 잘되는, 고급스럽게 말해 역지사지가 잘 되는 직업도 흔치 않다. 카페, 영화관, 편의점을 이용할 때마다 나는 내가 을이었던 때가 떠올랐다. 내가 그 일을 떠난 후애도 여전히 수많은 진상들이 갑질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함께 다시 분노했다. 알바가 작게 욕을 하다 바로 뒷고객인 나와 눈을 마주치고 멋적께 웃을 때, 나는 일부러 더 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이지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에 때로는 화가나고 때로는 웃음이 났다.


-여전한 것도 있었지만 완전히 변한 것들도 있었다.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 등장했다. 주로 극장에서 많이 보인 그들은, 고급진 영어이름을 가졌고 네모반듯 냉정하지만 듬직한 자태를 띄고 있었다. 점점 영역을 확장해가는 그들의 이름은 키오스크였다.영화표를 인터넷에서 예매하고 표만 출력하는 것은 비교적 익숙한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관 매점을 이용하는 것은 조금 더 난이도가 있었다.팝콘맛은 어디서 선택하냐, 할인쿠폰은 어디서 적용하느냐, 잘못눌렀다 등등 각자의 필요를 외치는 소리로 극장 복도가 가득차는 일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편의점에는 무인계산대가 계산원을 완전히 밀어내기도 했다.그곳에서도 이거 할줄 모르니 사람직원을 불러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군상이 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패스트푸드점 도 마찬가지였다.가뜩이나 서비스직업계에서 진상이 많기로 알려진 그곳 매장 한가운데 무인계산대가 자리잡았고, 그곳은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계산대응업무를 하지않고 햄버거 생산에만 매달리기로 되어있을 주방 안의 알바생들은, 홀로 나와 대신 주문을 해주러 왔다갔다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이런 장면들은, 사람들이 무인기계에 점점 익숙해져가면서 자연히 사라질 것들일 것이다.과학기술의 변화를 거스르면서 세상에 속해 살기가 결코 녹록치 않은 세상이고, 사람들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친절한 점원은 오히려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편이고, 이런저런 꼴 보느니 기계가 주문만 정확하게 해주는게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 중 하나지만 그럼에도 기계가 대체하고 있는 노동을 지켜보자면 마음 한켠이 쓸쓸해진다.


-인간은 필요없다


미국의 유명 유튜버가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제작한 영상의 제목이 ‘인간은 필요없다’란다. 인공지능학자 제리 카플란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저 영상에서 제목을 따온 <인간은 필요없다>라는 그의 저서에서 기술의 진보로 인한 노동의소멸을 경고했다고 한다.


실제로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일들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하이패스수납원들이 스마트톨링으로 대체될 '위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정책을 진행중인 문재인 정부는 톨겥이트수납원들의 정규직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이호승 청와대경제수석이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의 정규직 문제를 두고 <하이패스 시대에 수납원이 도태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 수납원은 어차피 없어질 직업>이라고 말한 것(2019년 11월)을 보면 정말로 그렇게 하다간 니들 일자리가 다 없어진다고 능글대며 충고하던 어느 노인의 충고가 현실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때 내가 저지른 그렇게 하다간 의 그런 짓이란, 그의 추근거림에 생글거리지 않은 짓이었다.


세상이 변하는 걸 막을 순 없다. 버스안내양, 전화교환원이 사라진 자연스러운 흐름을 두고 더이상 아무도 그게 비인간적인 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를 연구하는 것은 내 주제를 뛰어넘는 일이라 나는 알길이 없다. 하지만 유명 유튜버와 저명한 대학교수는 노동의 소멸을 경고하면서 결코 <알바는 필요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노동의 소멸에는 직업의 귀천이 크게 상관없다는 지점은 섬뜩하다. 미국 방송사  엔비씨는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직업 아홉가지를 발표했는데 다음과 같다.


1.약사

2.변호사

3.운전기사

4.우주비행사

5.점원

6.군인

7.베이비시터

8.재해재난구조원

9.기자와리포터


이 리스트에는 딱봐도 갑의 위치에 있는 직업군, 훌륭하다고 말하는 직업군도 대거 포진해있다. 점원이 사라지고, 다음번엔 약사가, 변호사가 사라진다. 그리고 결국엔 인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인간끼리 인간을 소외시키다가 결국엔 도태되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한때 알바였고, 언젠가 다시 알바가 될지 모를 이의 지나친 비약일까.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직업구조에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변화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학계에서도 기계(A.I)의 인간지배를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온다. 스티븐호킹은 2014년에 "완전한 A.I 개발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같은 ‘인간’임에도 무인기계로 바뀔거라고 비아냥대는 이들, 무인이어서 오히려 편하다고 으름장을 놓는 이들에게 무엇보다 이걸 묻고 싶다. 무인기계가 더 좋다면, 다시 말해 인간 대신 심지어 기계가 주문을 받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면, 도대체 왜 알바에게 필요치도 않은 웃음과 비굴함을 요구한 거냐고.

그 네모반듯한 기계는 절대 당신을 향해 웃어주지 않는다고 당신이 원했던 특별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도 못한다고. 그게 그렇게 마음에 든다면 당신은 대체 왜 우리를 그렇게 괴롭혔던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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