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년 만에 브런치북을 다시 열였다.
그간 내게 일어난 많은 이슈들(퇴사, 제주도 이사, 수술)을 핑계로 연재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런데, 핑계가 맞았나 보다.
생각해 보니, 오히려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하게 발생한 이슈들을 글 소재로 삼으면 좋을 일이었다.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서도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다.
몇 개월 간, 이번 브런치북의 주제는 뭐로 할지, 챕터 구성은 어떻게 하며 제목을 뭐로 달지, 머리만 굴리다 시작을 못했다.
그러다 내 속에서 자포자기 비슷한 한탄이 나왔다. ‘에이~’.
뭐 그리 대단한 거 쓰겠다고, 미적미적, 어물거리는 건데?
그동안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애지중지하다가 똥 된 적이 한두 번인가.
가죽 표지로 덮인 최고급 다이어리를 구입해서 예쁜 스티커 붙이고, 형형색색의 형광펜으로 강조선까지 그리며 한껏 정성 들인 일기장은 결국 몇 장 못 썼다.
앞에 몇 장만 쓰다가 책꽂이에 쌓여간 다이어리가 얼마나 많던가.
수 권의 다이어리를 낭비하고 나서야, 기록의 본질을 추구했다.
그다음부턴 집에 굴러다니거나 사은품으로 받은 노트 같은 것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집에 굴러다니는 막펜으로.
예전엔 비싸게 산 다이어리의 품격을 훼손시킬까 봐 비싼 펜으로 한 자, 한 자 얼마나 정성스레 획을 그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갈겨쓰는 수준이다. 가끔은 내 글씨를 내가 못 알아볼 정도.
그냥 내 속마음을 솔직하게 나열해 나가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챕터고, 주제고, 에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자.
독자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삶과 생각을 정리해가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
거창할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