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매를 앓은 지 오래된 우리 할머니
어차피 기억 못 할 거라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의미 없는 걸까?
얼마 전 할머니 구순 잔치를 위해 외국에 사는 고모들도 오시고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냈다. 티 없이 밝고 행복해하는 우리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온 가족이 웃을 수 있었고 또 하나의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어차피 기억 못 할 거라면, 무의미한 것인가?
주인공인 할머니는 그날을 기억 못 하신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인데 사진을 보여드려도 그날을 기억 못 하신다. 그렇다 한들, 그날들의 추억들이 무의미하지 않다. 할머니의 가슴 한편엔 행복한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을 테니까. 기억하지 못한다 한들 차곡차곡 쌓여있는 행복한 감정들이 할머니를 지켜줄 거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기억할 수 없다고 해도 함께 보내는 시간이 헛되지 않고 소중하다.
일찍 과부가 되어 혼자 네 명의 자식들을 대학까지 다 보내고 키워낸 할머니. 누구보다 대단하고 강한 우리 할머니. 지금은 어린아이처럼 티 없이 밝고 귀여운 우리 할머니. 치매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가족은 어떤 모습이든 할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니까. 어차피 기억 못 할 거라 한들, 안 좋은 기억보다 행복한 기억을 더 많이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할머니, 앞으로도 주어진 시간 동안 행복한 감정 차곡차곡 함께 쌓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