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의 「분명한 사건」

- 하이데거의 현존재 인식과 존재 사건

by 임 경

< 그림:백지은 >

시인이 세계의 구조를 파악하고 사물이미지의 현상을 인식하는 의미는 결국 시작 활동을 통하여 ‘자기 발견’이나 ‘자아 성찰’, ‘자아실현’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때 시인의 눈앞에 현시하는 사물이미지의 현상은 자신을 투명하게 비추는 세계이자 언어이기 때문에 세계를, 언어를 투명하게 비출 때, 비로소 존재를 밝게 비추는 하나의 사건이 된다. 사건이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상황과 변화의 추이를 나타내는 플롯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규원은 사건을 시 장르에 시제로 또 표제시로 다루었다. 이정우는 『사건의 철학』에서 사건이란, “무엇인가 발생했다는 것을 함축한다”1)고 언술했듯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특이성을 갖는 그 무엇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현상을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건 의식을 오규원의 초기 시 작품 「분명한 사건」을 고찰하고 하이데거의 현존재 의미를 적용함으로써, 사건의 의미를 추적한다.


사물의 의인화에 의한 주체의 현존재 인식


오규원의 초기 시 작품 「분명한 사건」은 사물 이미지의 순수성을 인간의 행동으로 재현하고 성격화함으로써 사건을 도출한다. 이 과정에서 필연성과 개연성을 갖는 사물이미지와 환상적인 이미지들로부터 사건을 배열하고, 구조화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분명한 사건」은 은유적 수사를 통한 현상적인 사물이미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적 주체의 현존재의 의미를 추적한다. 이러한 행동의 미메시스는 시적 주체가 이전에는 감지하지 못했던 ‘자기 발견’이자 ‘자기 이해’라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초기 시에서 주체의 현존재 인식을 갖는 것은 진리를 생성하는 ‘분명한 사건’이 된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묻는 시간인 동시에 ‘나는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존재의 실존에 대하여 물음을 묻는 '현존재'2) 인식인 것이다.



안경 밖으로 뿌리를 죽죽 뻗어나간

나무들이

서산에서

한쪽 다리를 헛짚고 넘어진 노을 속에

허둥거리고 있다.

키가 큰 산오리나무의 두 귀가

불타고 있다.

시간의 둔탁한 대문을

소란스럽게 열고 들어선

밤이

으스름과 부딪쳐

기둥을 끌어안고

누우런 밀밭을 밟고 온

그 밤의 신발 밑에서

향긋한 보리 냄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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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시문학, 철학, 개인의 이미지, 언어 이미지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의 존재 가치나 정체성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입니다. 현재는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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