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내 팁이라오 편을 진행하면서 먼 과거 어릴 때부터 현재의 나까지, 길고 길었던 탐구생활을 떠올렸다. 보통 좋아하는 일을 알려면 자신부터 파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정작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아는 취미부터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소한 것부터 잘 모르는데 어찌 직업에 대한 흥미 적성까지 파악이 가능할까?
우리나라 교육과 취업시장 특성상 좋아하는 일과 흥미보다 돈벌이와 남들 보기 그럴싸한 직업에 사람들 눈과 귀를 이미 막아버리기 때문에 일찌감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매진하는 사람들보다는 많이 헤매다가 뒤늦게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사람이 그 비율이 훨씬 많다.
어릴 때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만화를 보면 '밥 먹어라'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예 티브이 속으로 들어갈 만큼 몰입이 강했고 한글을 혼자 깨쳤다. 그 당시 유치원에 안 가는 경우가 흔했으므로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눈칫밥으로 익히게 되었다. 초등학교에(당시 국민학교) 서도 이 혼자 공상하기 버릇을 고치지 못해 수업시간에 혼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잦은 전학으로 친구 사귀기 어려움을 겪는 탓에 교실 뒤편 작은 서가 책들이 친구였다. 아주 꼬맹이부터 책을 가까이한 탓인지 초등학교 때 시험을 보면 늘 상위권을 맴돌았었다. 그러던 나에게 시련은 곧 다가오는데......
" 너는 머리는 좋은데 왜 공부를 안 하니? "
중학교 진학상담 때 담임은 내 머리를 쥐어박으며 한 소리를 했는데 이때 기분이 나쁘면서 좋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일찌감치 수포자였으니 겨우 암기과목으로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담임은 그 당시에 좋은 상업고등학교라는 곳에 나를 추천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당시 공업고등학교에 가서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수학을 포기했으니 인문계는 아니라고 일찌감치 생각했던 거였다. 그러나 공고도 상업고도 아닌 집 근처의 인문계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여자아이가 공고를 가겠다고 했으니 그때 당시의 인식은 그랬다.
고등학교에 진학 후 공부에 뜻이 없었다. 매일 자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엄마한테 맞기도 했다. 교우관계 또한 표면적이었고 내가 자주 가는 곳은 다시 책이 있는 도서실과 특별활동을 하는 비디오 시청반이 유일한 낙이었다. 지겨운 고등학교를 벗어나 어찌해서 디자인 계통 전문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취업을 목적으로 간 곳이라 1년 다니고 휴학 그리고 다시 복학 졸업. 딱 이력서에 이력 하나를 추가했을 뿐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독서는 내 유일한 취미이자 나의 안식처였다. 사실 국문과를 머릿속에 그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린아이에게 세뇌는 정말 길게 남는다.
"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
아빠의 말씀은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 남았다. 정작 젊은 시절 아빠는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누룽지를 먹으며 책을 읽는 걸 좋아했고 무슨무슨 전집이나 내가 책을 사달라고 하면 다 사주시던 분이었다. 그렇다, 내가 그렇게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면서 그쪽 세계에 발을 들이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었다. 사실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등단'이라는 등용문과 그 무게가 더 무거웠기 때문에 감히 시도조차 못했다. 지금까지도 장르소설은 그렇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데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소설은 시드니 쉘던이나 만화가 이현세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한국소설을 꽤 많이 봤지만 홀딱 빠져들 만큼 재미를 느낀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외국소설을 많이 봤던 기억이 있다.
과연 그렇다면 쉽게 그 세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그 주변부만 맴돌았던 내가 어떻게 해서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까? 전문대를 졸업하고 직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당연히 학교 때 디자인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사무오피스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라 서비스직을 뛰어들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책은 늘 공기처럼 내 옆에 붙어 있었고 서른을 목전에 둔 시점에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한국방송작가교육원'이라는 곳을 가게 됐다.
그냥 안 가면 후회할 거 같았다. 더 이상은 못해 먹겠다의 심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4단계 코스인 곳에서 3단계까지 탈락 없이 진학했다. 시스템상 한 단계라도 탈락이 되면 재수를 하던 삼수를 하던 마지막 4단계까지 가야만 하는 코스였다. 지금도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열악하고 드라마 작가는 고된 직업이다. 무엇보다 30대 초반의 내 눈에는 그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가 너무 힘들어 보였다. 햇볕을 안 받아 얼굴이 허연 언니들이 불투명한 미래를 바라보며 글을 쓰는 모습이, 그리고 동기 언니들이 작은 기회를 잡자고 나에게 원고를 대신 써달라는 부탁을 했을 때 환멸을 느꼈다. 그 길을 가다 멈춘 가장 큰 이유는 그 드라마 작법에 나 자체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라는 것이 에피소드가 잘 들어가 사람들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것인데 그런 스토리텔링에 익숙지 않았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기본적인 인간관계(친구, 애인, 가족)에 서툴렸던 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작가를 포기한 건 지금 생각해 봐도 잘 한 일인 거 같다. 맞지 않은 옷이었으니까. 그 경험으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한번 그쪽에 발을 들여봤으니 완전한 포기를 한 셈이었다. 시간을 내서 사무오피스 등을 배우러 다녔다. 서비스직이 스트레스가 많고 2교대 등 불규칙적이니 몸이 고달팠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좀 더 나은 환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위안삼아 좋아하는 책이나 글쓰기는 그저 취미의 영역으로만 남기려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이율배반적으로 내가 가는 문화행사는 늘 책과 작가였었고 글쓰기 수업을 수시로 들락거렸다.
취미와 직업의 영역에서 결정적으로 업의 영역으로 무게를 둔 일이 내게 일어났다. 아무 생각 없이 짧게 쓴 글이 공모전에 당선되고 부상으로 신문 구독권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되짚어보면 내 글솜씨가 여러 번 혜택을 준 일이 많았다. 글을 써서 작게는 영회티켓이나 크게는 비싼 마사지 이용권을 이용하는 일 등이었다. 2016년에 독립출판이라는 장르는 알게 되었고 2021년의 현재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맨 위 사진은 현재 내가 신경 쓰고 작업하고 있는 홈페이지의 첫 화면이다. 글쓰기와 북디자인 외주를 같이 진행하는 사이트가 될 것이다. 물론 교육기관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나는 솔직히 말해서 이 일을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고 싶고 돈을 현재보다 많이 벌고 싶다. 내 사회생활 이력에는 금융상담이라는 일이 있다. 이 직업을 택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꿈만 좇으면서 현실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내 경제관념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직업이라고 볼 수 없다.
냉정히 얘기해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지만 계속 책 내고 유통하는 일을 휴점 한 것과 그 일을 발전시켜 강사로 자리이동을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내가 첫 책을 독립출판으로 냈을 때 이미 40대로 뭐가 득인지 실인지 파악했어야만 했다. 가르치는 일이 맞는지는 역시 해봐야 안다. 들인 노력에 비해 쉽게 강사 자리를 잡을 수 있고 그 일을 접해봤기 때문에 다음을 준비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자체강의 개설이나 컨설팅 같은 것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다른 영역으로의 발전된 자리이동 같은 거 말이다. 요즘 들어 예전 첫 책을 준비하던 옛날이 많이 떠오는다. 그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괴로움과 고민을 이기던 시기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고민과 새로운 스트레스는 좋은 결과를 낼 거라는 믿음으로 일을 해나가고 있다.
mbti 중 infp 특징(이웃블로그 프로퇴사러님)
여기까지가 내 팁이라오 2편에서는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직업으로 가는 방향에 대해, 그런 사람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말하고자 했다. 쓰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의 주변부를 맴돌며 긴 고민을 했던 시간들의 기록을 담게 되었다.
핵심 내용을 담지 못한 거 같아 다음 편(3편)에 좋아하는 일에 대한 나만의 특성과 내가 했던 구체적인 일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최근에 혹시나 해서 mbti를 해봤는데 정확히 내 고민과 내 인생의 수수께끼가 풀리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가장 빨리 하는 일은 빨리 시도하는 것이다. 20~30대의 많은 시간들을 고민으로 채우고 행동으로 이르지 못했던 나의 결론이다. 다만 고민을 관두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는 빠르게 움직이게 됐다. 다음 편은 내가 했던 구체적인 행동들과 나만의 특징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