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탄식의 다리

by leo



낚시를 하거나, 잔디밭에 누워 책이나 읽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짙은 구름에 가려 햇살이 하나도 비치지 않는 데다 비가 내릴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였다. 캠 강 위로는 오리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물살을 가르며 여유롭게 헤엄을 즐기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이면 정말 너희들이 부럽구나. 세상에 걱정할 게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세인트존스 컬리지의 한 다리 위에서 한 청년이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오리들을 내려다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이 학교 4학년 학생인 버나드였다.


그가 서 있는 다리는 1831년에 헨리 허친슨이라는 건축가가 만든 ‘뉴 브리지’였다. 빅토리아 여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극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다리였다.


하지만 오늘 버나드에게는 뉴 브리지가 하나도 예뻐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오히려 죽은 사람들을 아케론강에서 스틱스강까지 데려가 하데스의 지하왕국으로 보내주는 ‘저승의 뱃사공’ 카론이 몰고 다니는 배와 강처럼 보일 뿐이었다.


방금 기숙사에서 나온 버나드의 겨드랑이에는 수학 교재 두어 권이 끼워져 있었다. 그는 지금 제임스 우드 교수가 담당하는 수학 수업 중간고사를 치러 가는 중이었다. 우드 교수의 강의실은 ‘퍼스트 코트’ 쪽에 있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려면 언제나 뉴 브리지를 건너야 했다.


버나드는 정말 수학을 싫어했다. 물리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수학을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수학 공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다음으로 싫었다. 이번 시험을 앞두고 며칠 동안 밤샘 공부를 했지만 도저히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이러다가 수학 과목을 낙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버나드, 여기서 뭐 하니? 또 수학 공부가 제대로 안 된 모양이구나!”


뒤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였다. 기숙사 옆방 친구이자 같은 물리학을 전공하는 사무엘이었다. 버나드와는 달리 밥을 먹다가도 수학문제만 보이면 뛰쳐나가 풀려고 할 정도로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사무엘, 나 정말 큰일 났다. 다리를 건너가기가 싫어. 차라리 여기서 캠 강에 뛰어내리고 싶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너는 수영도 할 줄 모르잖아. 설마 우드 교수님이 낙제점을 주시기야 하겠니? 4학년이니까 졸업할 만큼의 점수는 주시지 않겠어?”

“아~! 너는 정말 우드 교수님을 모르는구나. 그 분은 학점 잘 안 주기로 유명한 분이잖아. 4학년 때 수학을 낙제해서 학교를 1년 더 다닌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잖아.”

“그렇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떻게 하니? 이제 시험시간이 10분도 안 남았는데…. 어서 가자.”

“사무엘, 왜 선배들이 이 다리를 ‘탄식의 다리’라고 부르는지 이제야 알겠어. 얼마나 많은 선배들이 시험을 치러 갈 때마다 이 다리 위에서 나처럼 한숨을 푹푹 내 쉬었겠니. 어휴, 모르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사무엘, 가자. 죽음의 시험장으로…. 흐흑~.”


버나드는 사무엘의 어깨에 손을 얹은 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세상 모든 일을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눈을 질끈 감고 다리를 건너갔다. 그리고 저 멀리서 고개를 숙인 다른 학생 두 명이 한숨을 쉬며 다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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