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이지 않지만, 밀어내지도 않는 사람들
수잔 샤키야, 홍성광 | 틈새책방 | 2022-03-21
요새 출판업계에서 독보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마케팅 요정, 문프의 추천으로 유명세를 탄 책(... 중 한 권. 문프 추천은 일단 믿고 봅니다). 동네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대기가 한참 밀려있길래 혹시나 하고 밀리의서재 검색해봤더니 바로 나오더라!
네팔은 나에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나라다. 개인적으로는 첫 해외여행지이기도 했고, 아무런 준비없이 도착한 곳에서(지금 생각하면 정말 대책없게도 첫날 숙소도 예약 안하고 무계획으로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왜그랬지-_-) 정말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내전중인 국가였는데도 불구하고)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포함해서 한달 반 여행하는 동안 단 한번도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현지인 친구 집에 초대받아 놀러가고, 단골 식당 바쁜 시간에 서빙을 도와주고, 장보러 나가는 길 동행하고, 학교 행사에 초대받고... 첫 해외여행이라 나는 다들 해외 나가면 이렇게 다니는구나 생각했는데, 그 이후 여기저기 다른 곳으로 여행을 다녀보면서 원래 그런 게 아니고 네팔에서 만난 인연들이 특별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당시 내가 네팔에 대해 알고 있던 건 '나마스테' 라는 인사말 하나밖에 없었다. 마오이스트랑 정부군이 왜 싸우는지, 네팔이 왕정인지 공화정인지, 네팔 사람들도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는지, 카스트제도가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지... 현지 친구들이랑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네팔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텐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경험했던 관광객으로서의 네팔 말고, 속 깊고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작은 나라 네팔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외지인이 가서 휘휘 경험하고 쓴 여행기 말고 네팔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눈으로 본, 수많은 민족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따뜻한 나라의 이야기를 담은 책. 제목만큼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지만, 이만큼 한 나라를 애정있게 소개한 글을 본 기억이 없다. 매우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