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일기 -지난 어느 날 2
강물이 흐른다. 맑고 힘차고 신비한 강물이 흐른다.
지금 이 새벽에도 그 강물소리 그 맑음이 내 가슴에 가득 찬다.
생각들이 올라와서 창문을 열다 말고 느닷없이 앉으면 강물에
글자들이 물방울처럼 통통거리며 튀어나온다.
강이 발원하는 곳에는 인생의 발원이 있다.
자녀들이 그곳에 함께 있다.
사랑이 있다. 예술이 있다.
삶이 살아있다.
얻기 위해 온 힘을 바친다.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한다.
사랑이다.
얻기 위해 온 열정을 바친다.
맑음을 잃지 않기 위해 다른 것들을 희생한다.
순수한 예술의 혼이다.
삶을 지키는 힘을 비로소 드러내기 위해 인생을 조금씩 더 사는 것이다.
생명이 하루 86 만 초가 지나도록 그래서 소중하게 주어지는 것 아닐까?
자신이 취하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을 철학이라 말하고 싶다.
매 결정의 순간마다 정직한 동의도, 정직한 거절도 나에게 스스로 하는 것이다.
순간들이 넉넉할 때 비로소 타인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진수성찬의 상차림에 눈길이 갈지라도, 마음의 동요를 물리치고
지킨 사랑과 예술이 흰 죽 한 그릇에 있는 것에 충만해진 영혼을 꿈꾼다.
꿈이라면 연을 띄워도 좋을 시간에 새벽의 여명이 나팔을 불 때 일어나
자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단을 쌓고 기도한 아주 깊은 숲은 내게,
글을 쓰는 지금도 여기 도심에서도 여전히 있다.
상상이 머무는 골짝의 어딘지 모를 그곳
강이 발원하는 곳의 물방울 하나도
글을 지으며 먼산을 바라보는 지금도 여전히 여기 있다.
힘차고 신선해서 새소리의 합창이 함께 울릴 시간일 것 같은 시간의 지금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