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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armony Nov 15. 2015

19. 오뎅과 땅콩빵

그 때의 맛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장 옆에 위치한 작은 포장마차에서는

오뎅과 계란빵, 땅콩빵, 붕어빵을 팔고 있었다.

매일매일 지나가기에 군침이 돌았던 내가 '언젠가는 사 먹어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차.

드디어 며칠 전,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도 넉넉하고 현금도 가지고 있는 나이스 타이밍이 왔다.


일반오뎅 500원, 빨간오뎅 700원, 붕어빵 3마리 1000원.  

일반오뎅 하나와 빨간오뎅 하나를 집어먹는동안 자연스럽게 가게 주인에게 눈을 돌리게 되었다.

부부로 추정되는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각자의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쳐다보고 계셨다.

생각해보니 손님들이 와도 인사하시지 않았고 얼굴에는 심각함이 가득했다.

'두 분이 싸우셨나?' 싶을 정도로 적막감이 맴돌았다.

혹시가 버스가 지나가진 않을까 싶어서 였을까

포장마차가 너무 조용했기 때문일까

나는 자꾸만 급하게 오뎅을 입으로 넣었고

따듯한 국물속에 담궈져있던 오뎅은 너무 빨리 식어버려 맛이 없었다.

계산을 할 때에도 주인은 '얼마입니다'라는 말씀 없이 그저 내가 드리는 돈을 받고 다시 자리에 앉으셨다.


갑자기 오뎅 하나에 200원이었던 내 어린시절 생각이 났다.

용돈이 생기기만하면 동생과 함께 오뎅을 사먹으러 달려나갔고

1000원, 5000원 등을 이야기할 때 "이거면 오뎅 몇개를 사먹을 수 있지?"하며 계산공부를 했던 내 어린시절.

우리집에서 5분 거리에 오뎅과 땅콩빵만 파셨던 그 아주머니.

매번 내 동생이 예쁘다며 미스코리아 나가라고 말씀하셨던 그 아주머니.

돈이 없어서 사먹지 못하고 오뎅집 앞을 서성이면 몰래 땅콩빵 몇개를 종이봉투에 넣어 주셨던 아주머니.


따뜻한 길거리 음식이 눈에 띄는 계절이 돌아오고있다.

예전 그 때 보다 먹을 것이 더 다양해졌건만

왜 그 때의 맛은 나지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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