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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Feb 19. 2024

[UAE] 두바이 폴리스 앱

법을 잘 지키자.

매일 왔다 갔다 하는 길, 마침 라디오에는 내가 좋아하는 "We are young"이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무슨 큰 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감이 안 잡혔지요. 차 리어뷰미러로(rear view mirror)로 보니 택시가 나랑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요. 순간 내 차가 부딪힌 거구나 그제야 알았어요. 알카일(Al Khail) 로드에서 1차선이었기 때문에 주변 차들은 바쁘게 피해 가느라 정신이 없었고요. 


택시기사는 내리더니 별거 아니라는 시늉을 해요. '그건 내가 판단한 일이야 이 젊은 양반아'라고 속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 택시에는 손님도 타고 있었어요. 그 손님도 여러 마디 거들기 시작했어요. 저는 일단 남편에게 전화해서 이런 일이 있다고 했어요. 경찰을 기다리라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끊었지요. 택시기사는 약간 흥분하기 시작해요. 경찰을 왜 기다리냐며 별거 아니라고 저에게 협상을 시도했어요. 저는 자동응답기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했어요. 말하는데 무시할 수도 없고 경찰이나 기다리자 했지요. 


택시에 탔던 손님이 이 상황이 답답했던지 차를 건너편 갓길로 옮기자 해서 일단 두대의 차가 이동했어요. 아침 출근길이라 차가 어지간히 많더라고요. 저도 성질이 나서 빵빵 경적을 한참 누른 후에서야 6차선 정도를 이동해서 갓길로 이동했어요. 여기서 가장 곤란한 사람은 저도 아니고 택시 기사도 아닌 택시 안에 손님이었어요. 이른 아침 9시 전에 택시를 탔다는 어디 볼일이 있어서 일 텐데 냥반이 답답했겠죠. 저에게 폴리스 앱을 설명해 주면서 앱에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하면 된다는 거예요. 


저는 처음 듣는 얘기거든요. 물론 이 분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단지 저 같은 고지식한 사람들은 정석대로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일단 경찰을 기다리면 될 거 같았어요.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가벼운 접촉사고라고 알려줬어요. 저는 사진을 찍고 그 택시기사의 연락처를 받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어요. 


택시 손님 말대로 가벼운 사고는 보험사가 아니라 폴리스 앱에 먼저 신고를 하고 그걸 바탕으로 보험처리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매우 간편하면서도 합리적인 절차구나 싶었어요. 이 폴리스앱에 차량 번호, 차 라이선스 번호, 사고 난 사진, 가해차량인지, 모바일 연락처를 적고 리포트합니다. 저도 블로그를 찾아가며 혹시나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했지요.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하고 여러 번 전화했어요. 그쪽에서도 택시 회사에서 사고 접수를 해야 하는데 양측다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 누가 리포트할지에 대해서 전화를 주고받았거든요. 


어쨌든 앱으로 일처리를 끝내고 나니 긴장이 풀렸어요. 좀 색다른 경험이다 싶었어요. 작년 새해 둘째 날에 어마어마한 범칙금을 부과받고 그전에도 과속으로 벌금을 낸 경력이 있거든요. 이번건은 제가 100% 잘못한 건 아니지만 그 가벼운 교통사고 이후로는 리어뷰미러를 아주 자주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안전거리 확보가 너무 중요한 거였구나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있어요. 운전 중에 뒤차가 너무 붙는 거 같으면 차선을 이동하면서 운전해요. 세 달 전 일이라 이제 덜하지만 운전할 때 저도 모르게 뒤차를 과하게 인식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것이 교통사고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이에요. 


이것 말고도 황당한 이유로 폴리스 앱으로부터 문자를 받은 적이 있어요. 얼른 차를 빼라면서 다른 차를 막고 있다는 거예요. 이게 무슨 일인가 했더니 레디셋고(Ready Set Go)라는 어린인 실내 놀이터를 가서는 차를 건물 뒤편에 주차한 게 발단이었어요. 공용 주차장은 앞편에 있지만 늘 뒤편에 주차를 해왔답니다. 평소와 달리 주차 공간이 여의치 않아 차고 문 뒤에 차를 주차했거든요. 어떤 사람이 내 차 번호판을 사진으로 찍고 폴리스 앱에 리포트한 거예요. 저는 신고당한 거지요. 얼마나 화가 났으면 신고를 했을까 싶었어요. 많이 미안했지만 제가 주차를 잘못한 거지요. 


두바이에 지내다 보면 약간 찜찜하면서도 신속하고 합리적인 일처리가 꽤 있어요. 지인은 운전 중 핸드폰 하다가 리포트당했다고 합니다. 아부다비에서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법 없이도 살 사람은 UAE에서 지내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거다. 저는 여러 번 신고당하고 벌금 내면서 적응 중입니다. 준법정신이 정말 중요해요. 다른 나라 와서 이렇게 교육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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