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슬픈 날
그녀는 말 그대로 오다가다 알게 되었다. 같은 레지던스이지만 유모차 부대와 마주치는 일이 그리 자주 있지는 않다. 말 그대로 문을 열고 닫다가 그리고 잡아 주다가 눈이 마추졌다.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아주 독특했다. 우선 머리색깔이다. 드문드문 까만 머리를 보고는 할머니인가 엄마인가 잠시 생각했다. 그녀는 먼저 말을 걸고는 아주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집에 가서 안 사실이지만 내 남편과 먼저 통성명을 했다고 한다. 정말 밝고 유쾌한 여성이다. 그리고 오지랖이 넓다. 최근 알게되었지만 그 근방 일본사람 중에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정말 밝고 사람이 좋기 때문이다.
그녀와 나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본다. 그리고 안부인사도 딱 그 정도이다. 알고 지낸 횟수는 벌써 5년이 다되어 간다. 최근 봄방학 때 안부를 물었더니 독일이라 했다. 여행 후 뜬금없이 문자가 왔길래 보니 UAE를 떠난다 한다. 내 주변 알고 지냈던 이들이 각자 삶을 살러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그녀는 고국 일본으로 돌아간다 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라며 그녀도 꽤나 아쉬운 모양이다. 나는 섣불리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은 아니다. 꽤나 실례일 수도 있고 말하지 못할 사정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대신 아쉬움과 그리움을 전할 뿐이다.
그녀를 안 지 얼마 안 되어 그녀가 내게 한 부탁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녀의 음악 하는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 중이었다. 하도 열심히라서 도움이 될 것 같은 다른 친구를 소개해주어서 같이 만나기도 했다. 어쩌면 생애 처음 보는 캐릭터 이기도 하다.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에서 나오는 기버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5년을 한결같이 주변사람들과 친밀하게 교재하고 늘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주었던 그녀가 떠난다니 마음 한편이 약간 헛헛하다.
가기 전에 얼굴 한번 더 보자 했는데 꽤나 바쁜 거 같았다. 급히 결정한 만큼 이곳에서 정리할 일들 그리고 고국에서 집이며 아이들 학교까지 할 일이 태산일 테니까 말이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바쁘면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을 수도 있고...... 인생은 짦다. 마주치는 인연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니 가까이 있을 때 좋은 추억을 남겨야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