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보는 OTT 일본 애니메이션 BEST 4
작년 8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아이와 함께 보고 난 후로 우리는 그야말로 귀칼의 찐팬이 되고야 말았다. 2시간 30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전개되는 속도감이나 뛰어난 작화력 그리고 웅장한 음악으로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영화가 끝이 나고도 여운이 오래 가시지 않아 10살 딸아이와 나는 영화에 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사정이 있어서 오지 못한 남편에게는 꼭 가서 보라고 강력 추천을 했고, 얼마 후 남편도 관람을 한 후 찐팬에 합류했다.
귀멸의 칼날은 15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부모와 동석할 때에는 10살도 가능하다. 수위에 대해서는 작품 설정상 혈귀와 인간이라는 구조로 인해 부분적으로 잔인할 수 있지만 그건 각자의 교육관에 따라 다를 것이기에 부모의 판단에 맡긴다. 서사와 전개에 집중하고 다소 성숙한 만화관을 가지고 있는 딸아이였기에 나는 ‘함께 보는 쪽’을 택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전체 시리즈 중에서 주인공 일행이 혈귀의 본거지(무한성)로 떨어지며 최종 결전이 시작되는 도입부다. 사전 정보 없이 갔음에도 그대로 홀딱 반해버린 애니메이션이였기에 그날부터 넷플릭스 귀멸의 칼날을 아이와 함께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마저 다루지 못한 부분은 결국 귀멸의 칼날 만화책 전권을 사서 함께 읽으며 갈증을 해소했다.
귀칼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다채롭고 흥미로운 캐릭터들이다. 핵심 주인공인 귀살대의 주들 뿐만 아니라 십이귀월의 혈귀들까지, 각 캐릭터마다 부여하는 서사와 그에 따른 성격은 찐팬들의 성향에 따라 최애 캐릭터를 매번 갱신하게 만든다. 우리집 역시 각자가 좋아하는 최애가 있고, 최애를 애정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그렇기에 귀칼 캐릭터 맞추기 게임을 하며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특정 캐릭터를 생각해 놓은 뒤, 스무고개의 형식처럼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 점차 캐릭터를 유추해가는 방식으로 말이다. 캐릭터를 모른다면 아예 할 수도 없는 찐팬들의 게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디깅하다
‘덕후’라는 말은 한때 다소 불편한 단어였다. 일본에서 오타쿠로 불리던 이들은 사회성과는 거리가 먼 상징처럼 소비되었고, 특정 취향에 혼자 깊이 빠져 있어 현실에서 한발 비켜선 사람처럼 그려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우리가 쓰는 덕후는 취향을 깊게 파는 행위인 디깅(Digging)에 가깝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깊이 빠지고 경험하며 고립이 아닌 함께 나누어 즐기는 공유의 문화가 되었다.
귀멸의 칼날을 계기로 우리 가족의 주말 풍경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여유로운 주말이 되면 넷플릭스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고르고 가족이 함께 시청을 한다. 귀멸의 칼날 전 시리즈를 정주행하면서 인물의 성장과 실패, 관계의 변화를 따라가며 각자의 속도대로 작품을 이해한다. 누군가는 질문을 던지면 누가 받아 설명을 하고 그렇게 애니메이션은 어느새 가족 대화의 중심 화제가 되었다. 귀멸의 칼날 정주행을 마치고서는 다른 애니매이션 시리즈로 넘어가며 계속 덕질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우리 가족이 즐겨보고 또 좋아했던 몇 가지를 소개 해보고자 한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일본 애니메이션, 베스트 4
#1 [귀멸의 칼날]
10대 추천 코멘트: 액션이 화려하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나에겐 잔인하지 않았다)
귀멸의 칼날은 단순한 액션 만화가 아니다. 이 작품이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적’에게조차 사연을 부여하는 방식에 있다. 혈귀는 처단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인간이었던 과거를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아이에게는 선과 악의 구조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어른에게는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폭력성에 대한 우려는 분명 존재하지만, 부모와 함께 보면서 정의란 무엇인지, 강함이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계기를 만들게 한다.
#2 [마계학교, 이루마군]
10대 추천 코멘트: 친구를 사귀는 과정이 힐링을 주고, 악역이 변화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마계학교 이루마군은 인간 소년 이루마가 마계 학교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학원물이다.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이지만 선한 성정과 불우한 어린 시절에도 잃지않은 다정함으로 마계 친구들을 하나씩 사귀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다채로운 캐릭터와 매화 새로운 사건 속 위기를 슬기롭게 해쳐 나가는 주인공과 친구들을 온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어지게 한다.
#3 [코미양은 커뮤증입니다]
10대 추천 코멘트: 일상물과 로맨스가 섞여서 좋다. (단, 조금 지루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말수가 적은 소녀 코미가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그린다. ‘커뮤니케이션 장애’라는 다소 무거운 설정을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다루며,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겐 당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에게는 다양한 성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른에게는 학창 시절 쉽게 지나쳤던 아이들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4 [사이키 쿠스오의 재난]
10대 추천 코멘트: 그냥 보면 웃음이 나온다. 진지한 면이 하나도 없어서 좋다.
초능력을 가졌지만 평범하게 살고 싶은 소년 사이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강점은 빠른 템포의 개그와 과장된 캐릭터들 속에 저마다의 ‘욕망’을 솔직하게 담아냈다는 점이다. 강하고 빠른 일본어의 독백 대사가 이어지면서 다소 산만하고 시끄럽지만 병맛 코드의 B급 웃음 포인트가 특징이다.
애니메이션 세계에선 어른은 없다
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볼 때, 우리는 부모와 자녀가 아니라 잠시 같은 눈높이의 관객이 된다. 누가 더 많이 아는지는, 누가 더 어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시간만큼은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덕후 친구로서 존재할 뿐이다.
아이와 함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나의 현재를 잠시 잊는다. 만화를 사랑했던 내 유년시절로 돌아간 듯 감동과 웃음 그리고 울음을 거리김 없이 드러내곤 한다. 엄마와 아빠라는 자아가 벗겨지고 좋아하는 것 앞에서 무장해제된 순수한 민낯의 모습을 아이는 흥미롭게 바라본다. 이 순간만큼은 부모와 자식이 아닌 친구로서 서로를 마주하며 우리는 동등해지고 그리고 한층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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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부모도 홀딱 반한 일본 애니메이션, 10대 딸의 한줄평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