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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 Sol Oct 14. 2019

Ni una menos

참담한 심정으로 저녁을 보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일그러진 아이돌 사업과, 그것을 지탱하는 성적 대상화의 굴레 때문에 일어난 일임을, 남성 권력이 팽배한 가부장제의 작동 원리 때문임을 곱씹을수록 독이 차오른다.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주제넘는 행동인 것은 아닐까, 싶으면서도 오늘은 몇 자 적어야만 할 것 같다.


그의 당당함에 많은 용기를 얻었고, 그의 행동이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리지 않는 세상이 어서 도래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된다면 그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세상의 일환일 테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유명인의 죽음에 이토록 비통한 마음이 든 적이 없었기에 내 스스로도 너무나 낯설고 이 마음이 무엇일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 알람을 듣고 눈을 뜨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나만 이 아침을 맞았다는 것. 그는 오늘이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한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페미니즘의 언어를 짓밟고자 하는 사회가 그를 죽였다는 것. 그것을 명확히 깨닫고 나자 내가 왜 이토록 순간순간 울분이 차오르는지도 깨달았다. 남들이 나를 보며 ‘버텨주길’ 바라는 마음을, 나 역시도 그에게 똑같이 투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을 한 번도 입 밖으로 정의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존재가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변화시켜 주기를, 그 변화가 이뤄지는 순간까지 그가 많은 것들을 일궈주기를, 나 스스로도 바랐던 것 같다. 그와 또래였던 만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강인하고 행복한 여성으로 살아남고 싶었다. 그게 헛된 꿈이었다는게 솔직히 지금도 믿기 힘들다.


개인 한 명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그는 너무 어렸고 이 사회는 너무 거대하다.


하루가 지난 늦은 밤인 지금, 글을 덧붙이는 이유는 이 죽음을 결코 잊지 않기 위해서다. 예전부터 내가 가장 좋아했던 페미니즘 문구는 ‘Ni una menos’였는데, 왜인지도 이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잃고 싶지 않다. 우리 모두는 살아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일을 했고 내일도 일을 한다. 내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내가 가야할 길을 나는 다시 걸어간다.


모든 여성들이 행복할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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