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의 블로그에서 과탄산소다를 이용해서 찻잔과 텀블러를 세척한 글을 봤다.
새 물건처럼 변한 걸 보며 나도 세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와 커피를 가까이하며 살다 보니 찻잔, 텀블러, 거름망들이 제 색을 잃은 지 오래됐다.
물든 것들을 모두 꺼내고 각각 차 한 스푼만큼의 과탄산소다를 넣었다.
끓는 물을 돌아가면서 부었더니 칙~ 소리와 연기가 함께 올라왔다.
20분 후, 직접 해보니 진짜! 정말 새것처럼 물들었던 차와 커피 얼룩이 말끔히 사라졌다.
신기해서 계속 컵 안과 텀블러를 들여다봤다.
세척할 생각은 못 하고 버려야 하나 고민했던 게 무색했다.
전신 운동을 담은 수련을 하는데 이미 내가 갖고 있는 몸이 보였다.
매일 매트를 펴고 앉거나 서서 최대한 바로 서기 위해 노력하는 몸을
천천히 바라본다.
나무 자세를 할 때 곧게 서지 못하고
아도 무카 스바나아사나를 할 때는 발바닥 전체가 땅에 닿지 않는다.
하지 못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내 몸은 요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요가를 잘할 수 없다고 단정 지어버리면 땀을 흘리며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숨을 전보다 깊이 넣을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숙였을 때 다리에 손이 닿는다.
할 수 있는 것들과 할 수 있게 된 것들에 집중하면 나는 아주 천천히 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버려야 하나 고민했던 텀블러가 말끔해진 것처럼
이미 내 안에 있는 것들에 집중하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모든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