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금요일 퇴근 후 코엑스에 가서 명사초정강연을 들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님이 시간 관리를 잘 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셨는데, 여기서 들었던 것 중 인상 깊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미루는 사람 (교수님의 언어로 꾸물거리는 사람)의 유형은 크게 비현실적 낙관주의형, 자기비난형, 현실저항형, 완벽주의형, 자극추구형 총 5가지라고 한다.
비현실적 낙관주의형
비현실적 낙관주의형은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대답을 할 때 항상 애매하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약속을 잡는다고 하면 점심 때 쯤~? 이렇게 애매하게 말을 한다고 한다.
자기비난형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 내게 해당된다고 느꼈던 건 자기비난형이다. 이들은 불안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고 기분이 안 좋으니 당연히 신체적 에너지도 떨어진다고 한다. 특히 실패감과 상실감을 겪으며 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이로 인해 일을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몇 년 전 크게 우울했던 시기에 조금만 뭘 해도 금방 지치고 몸에 힘이 없었다. 그땐 마음이 우울한 것과 몸의 에너지가 없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고, 갑상선저하증이나 다른 병이 있는 줄 알고 검사를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불안에서 비롯되는 게 많아 일을 미루는 게 단순히 게으르다로 치부될 게 아니라고 한다.
현실저항형
다음 현실저항형은 내담을 제일 많이 해도 가장 고치기 어려운 유형이라고 한다. 이들을 한 마디로 하면 ‘청개구리’ 이다. 누군가 시키면 하려고 했던 것마저 안하는 사람들이다. 본인의 자율성이 굉장히 중요해서 어렸을 때 잔소리를 많이 듣거나 통제 , 억압을 받으면 발현될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은 잘 되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순간 더 구렁텅이로 빠진다는 것이다. 최근 본가의 삶을 청산하고 도망치듯 서울로 독립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엄마와의 대립이었다. 머리로는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걸 알고 나쁜 의도가 아닌 것도 알지만, 나를 숨막히게 했다. 나도 지독한 현실저항형이라는 걸 느꼈다.
완벽주의형
그 다음 완벽주의는 우리가 너무 많이 들어서 친숙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그냥 완벽주의가 아니라 사회에 의해 완벽주의가 된 경우라고 한다. 본인의 성향상 본투비 완벽주의인 사람과 외부 환경으로 인해 그렇게 자라온 사람으로 나뉜다고 한다. 후자의 경우 미루는 습관이 많을 수 있다고 한다.
자극추구형
마지막은 자극추구형이다. 이걸 듣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도파민’이었다. 이들은 너무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대신 금방 질려버리는 게 특징이다. 좋은 점은 덕분에 창의성은 좋다고 한다. 하지만 웃프게도 이런 사람들은 보통 심장에 무리가 많이 와서 짧고 굵게 살다가 간다고 한다. 벼락치기를 즐기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유형을 들으면서 혼자 속으로 ‘그냥 다 해당되는거 같은데,,? 나 큰일났는데’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 미루는 사람들은 대부분 2~3가지 유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특징이 다르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구석도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유형은 다양하지만 교수님이 알려주신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미루는 습관 해결책
첫 번째는 D-2 접근법이다. 보통 해야 하는 데드라인보다 이틀을 앞당겨서 하는 것이다. 이때 원래 날짜를 신경쓰지 말고 무조건 이틀 전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한다. 실제로 하버드생들에게 구전으로 전해오는 성공 방법이 바로 D-12 라고 한다. 그만큼 해야 할 일을 절대 미루지 않고 보다 빨리 바로 해결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같다.
두 번째는 5분안에 행동으로, 15분 지속하기이다. 대부분의 미루는 사람들은 시작 단계를 가장 어려워한다고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작만 하면 80%는 계속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생각나는 게 있으면 5분 안에 시작을 해야하고, 이걸 15분만 딱 유지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집중 모드로 들어간다고 한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꿀팁으로는 속으로 5,4,3,2,1 카운트를 세는 것이다.
이 날 강의를 듣고 집에 와서 배운 대로 실행해보니 집의 모든 할 일을 엄청 빠르게 끝냈다. 이전에는 머리 속에 해야할 일들의 리스트는 가득한데 이걸 어떤 순서로 하고 막 이런 걸 생각하느라 귀찮아서 미루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날은 그냥 내 눈 앞에 보이고 당장 생각이 난 걸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몸으로 옮겼다. 그렇게 쌓인 설거지를 끝냈고, 문 앞에 쌓인 택배 상자를 열어서 정리를 했다. 오히려 계획하지 않고 당장 하나씩 하다보니 일사천리로 끝났고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치고 잠에 들었다.
가끔 거대한 콘크리트 벽에 막혀 이걸 어떻게 넘어가나 싶다가도 알고보면 그냥 옆으로 돌아가면 쉽게 해결되는 것처럼 나를 변화시키는 건 참 어렵다고 느끼지만, 한편으로 한 끗차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