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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 앤디처럼 Dec 01. 2021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것

애들이랑 똑같아요.

 학원에 오면, 엘리베이터를 타는 잠깐의 시간에도 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핸드폰을 합니다. 수업이 시작하니까 그만 가방 속에 넣어두라고 하면, 핸드폰을 가방에 가져가는 그 와중에도 눈은 계속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 순간이 핸드폰을 할 때입니다. 그런데 아이들 보고 뭐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는 손에서 핸드폰과 태블릿을 놓지 않으니까요.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 핸드폰입니다. 저도 중독이겠죠? 


뭐 새로운 거 없을까? 인터넷 웹 서핑하며 저장, 스크랩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만 10여 개에, 유료 구독 신청한 칼럼과 기사 사이트 2개까지. 쉬지 않고 뭔가를 계속 읽습니다. 인터넷 중독 같지만, 활자 중독이란 표현이 더 맞을까요? 게임도 별로 안 좋아하고, 웹툰이나 드라마에도 딱히 취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또 유행한다는 웹툰과 드라마에 대한 신문기사는 봅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걸까요? 아니면 정보 수집병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신문기사, 칼럽, 잡지 등을 찾아 읽고 저장하다 보면, 어느새 정리 못한 저장 페이지가 수십, 수백 페이지가 쌓이게 됩니다. 


그렇게 계속 읽고 저장했던 정보들은 제 머릿속에서 연결점이 하나씩 생기게 됩니다. 공통점과 인과관계를 찾아서 연결하고, 저만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다만, 실제 결과물인 강의자료나 글로 쓰는 단계에서 너무 미적미적한답니다. 계속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고, 또 추가하다 보니가 결과물이 잘 안 나옵니다. 이럴 때마다, 저는 그냥 말만 하고, 누가 다 받아 적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인공지능이 더 똑똑해지면, 제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을 알아서 정리해 주지 않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재미난 이야기들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상 위에도, 차에도, 가방에도, 심지어 화장실에도 읽고 있는 중이거나, 읽어야지 하고 가져다 둔 책들이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신기하고 새로운 것에 관심 가고, 누구보다 먼저 알고 싶은 욕심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남보다 먼저 알고 있고,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때 묘한 성취감을 느끼니까요. 어떻게 보면 제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직업이 제게는 즐거운 일입니다. 


신은 인간 몸 깊숙한 곳에 각자의 재능을 꼭꼭 숨겨 세상에 보냈다고 합니다. 그 재능은 쉽게 알아볼 수 없다고 해요. 머리로 찾을 수 없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목적의식을 가진 노력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순간이 몰입이죠. 저는 글자와 정보에 제가 가진 대다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합니다. 그 순간이 즐겁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시간이니까요. 제게는 아이들이 열심히 게임하는 것과 같은 순간들입니다. 애들이 그래서 뭔가 물어보면, 그 앞에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순간이 즐겁습니다. 얘들아, 질문 좀 자주 해볼래? 궁금한 것 없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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