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아주 가끔 오늘같은 날이 있다. 갑자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어지는 날. 일기를 쓰고싶은 걸까.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걸까. 아니면 게시판과 같은 느낌으로 브런치를 사용하고 싶은 걸까. 아마도 셋 다 일수도.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도 정하지 않았지만 이 글만큼은 고치지 않고 수정하지 않고 한방에 가보련다. 원테이크로.
상형문자보다는 글을. 글보다는 그림을. 그림보다는 사진을. 사진보다는 영상을 좋아하는 나에게 글은 언제나 어려운 존재이다. 쓰기에도 읽기에도 늘 진중하고 진지해서 내가 각잡고 마음잡고 준비를 단단히 해야 그나마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더 자주 더 가볍게 더 친숙하게 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조금 아쉽다. 앞으로는 무게를 좀 덜어내보자.
벌써 이 글의 결론이 다 났다. 이 역시 내가 글을 쉽게 못쓰는 이유 중 하나다. 너무 금방 끝난다. 내가 금방 끝나는 걸 좋아해서다. 드라마 영화 영상 등을 볼 때 빨리 결말을 보고싶어하는 이 조급함이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면 접할수록 더욱 커진다. 역시 글은 유튜브와는 다른건가. 물론 그런 글도 있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그래도 글은 좀 다르다. 유튜브가 컵라면이라면 글은… 광화문 미진..?
광화문 미진은 참 맛있다. 처음 갔을 때 시원하고 짭쪼롬한 냉메밀과 내겐 너무 매운 그래도 맛있는 낙지덮밥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궁금해서 방금 검색해봤는데 메뉴에 낙지가 없다… 내 기억의 오류인가. 메뉴가 없어진건가.
다시 글 이야기로 돌아와서.
광화문 미진은 내겐 참 맛있는 곳이지만, 나는 이곳을 2번인가 3번밖에 가질 않았다. 왜일까? 직장과 매우 가깝고 혼자가도 아주 좋은 곳이고 가격대도 부담스럽지 않은데 나는 왜 맛있다고 생각하는 곳을 살면서 두세번밖에 안간걸까? 아마도 처음의 그 맛있음을, 그 행복했던 기억을, 대단하지 않은 음식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깨달았던 그 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서 인 것 같다. 자주 계속 가면 조금씩 그 기분과 맛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이 내 머릿속에 깔려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글이 가지고 있는 위대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게 위대하지도 그렇게 초라하지도 않을텐데.
이렇게 해서 나는 글에 대한 나의 생각으로 2023년 첫번째 브런치 쓰기를 완료했다. 2023년에는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많다. 실패한다고 해도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은 아니다. 뭔가를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의의를 둬야하는 그런 때가 왔고, 그런 만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일도 또다른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러 멀리 떠날 예정이다. 그 과정은 영상으로 기록할 것이다. 재밌겠다.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