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 입장하면 중앙에 큰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정사각형의 공간 벽 쪽에 기다란 벤치형 의자만 놓여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무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좌석은 1층은 비지정석, 2층 발코니석은 단 5석 정도 운영한다. 평소 뮤지컬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독특한 설정에 이끌려 예매하였다. 운 좋게 9월 6일 첫 공연날에 다녀왔다. 이것도 인스타의 힘인지 바로 매진되어 손에 땀나는 티켓팅 전쟁에서 겨우 한 장 건진 것이다.
공연시간은 저녁 8시였지만 30분 전부터 프리쇼를 한다고 했다. 퇴근하고 바로 가니 7시였고 시간이 애매해서 저녁은 대충 때우고 7시에 입장하였다. 공연장 연남장이라는 공간은 독특했다. 입장할 때 칩 5개를 나눠주었다. 공연장이라기보다 파티룸 같은 공간이었다. 공연장 내부에서는 음식과 음료도 팔고 있었다. 기념품도 팔고 짐보관은 2천 원을 받아서 조금 아쉬웠다.
프리쇼라고 해서 30분 동안 배우들이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세명에 배우가 나와 각각의 테이블에서 도박 같은 게임을 진행하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입장 때 받은 칩을 이용해 베팅을 한다. 칩을 많이 따면 행운의 선물을 준다고 하여 다들 적극적으로 임한다.
3개의 게임은 모두 단순한 게임이어서 쉽게 참여할 수 있다. 하나는 순전히 운, 하나는 눈을 움직여야 해서 머리 아픔, 한 개는 그나마 확률 게임. 칩을 많이 따려면 확률 게임으로 가는 게 유리하다. 그걸 몰랐던 나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칩을 잃고 마지막 확률 게임에서 분발하였으나 결국 7개의 칩으로 마무리. 칩을 10개 이상 딴 사람에게는 중앙 테이블에 앉을 기회를 준다. 아쉽게도 나는 한쪽벽에 앉았다. 아니 근데 중간에 또 돌아다닐 수 있으니 소지품을 잘 들고 이동하란다. 이게 뮤지컬인가 파티인가.
8시가 되자 마지막 게임을 하라는 안내와 함께 한쪽 테이블 배우의 마이크가 켜지며 공연 시작. 이제부터는 촬영 금지이다. 내용은 스포 할 수 없기에 느낀 점 위주로 말해보겠다. 나는 스토리와 배경에 대해 1도 알지 못한 채로 갔고 끝나고 열심히 검색해 보았다. 이번이 시즌 2이며 시즌 1도 꽤 흥행한 편이었나 보다. 네이버 웹툰 '오민혁 단편선'을 원작으로 관객참여형 공연. 매일 다른 결말이라니. 뮤지컬에 관심 없는 나조차 흥미가 생기는 부분이다.
특히 무대가 따로 없이 중앙 큰 테이블과 공연장 구석구석에 배우들이 돌아다니기에 배우들의 연기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다만 중간중간 일어나거나 자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자리를 잘못 잡으면 잘 안 보여 고개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 점. 짐을 들고 서있어야 하는 시간이 있어 몰입이 잘 안 되었다는 점이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우아하게 공연을 관람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나처럼 가만히 있는 걸 따분해하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
두 남자가 목숨 걸고 내기를 한다는 내용은 뻔하지만 긴장감을 준다. 계속되는 반전에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것 같다는 생각과 약간은 허무한 결말. 90분만에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기에 이야기 전개가 빠를 수밖에 없다. 90분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약간의 억지설정들이 존재했지만 애교로 넘어갈 만하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볼만하다. 각각 캐릭터에 개성이 뚜렷하다. 무대연출도 훌륭했다. 뮤지컬 공연을 봤다기보다 하나의 체험 예술을 경험하고 온 기분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깊은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주인공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고 결말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진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도박이라는 설정 자체가 주는 긴장감이 있었다. 무대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다양한 관객 참여형 장치들이 잘 어우러졌다. 마지막에는 관객도 내기를 참여하는데 나는 그 내기에서 승리했다. 그래서 기분이 더 좋았던 건지 모르겠다. 반복되는 일상 속 강렬한 일탈. 이머시브 뮤지컬 룰렛이 당신을 다른 세계로 안내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