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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에충 May 09. 2024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다

24년 홍천 그란폰도

올해 참여하는 첫 그란폰도 

접수하고 나서 나름 꾸준히 주말마다 라이딩을 하고 체력을 키워 왔다고 생각했지만, 동부 3고개, 5고개 가보면, 지난 스트라바 기록대비 현저히 못한 것을 확인하고 현타가 와있는 상태이다. 


작년에 몇 달을 구매할까 말까 고민하던 스마트로라를 구매하고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꾸준히 타서 겨울 농사를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이번 홍천 그란폰도에서 어떻게 라이딩을 할지 고민에 고민을 한끝에 KOM 구간 (출발 후 약 48킬로 지점)까지 체력을 아끼고 아껴서 타고, KOM 이후 제2 보급소까지는 좋은 팩을 만나서 달리고, 3 보급소까지는 마지막 업힐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내리막길이라 쉽게 이동할 수 있을 거고, 3 보급소 이후는 큰 업힐이 없는 낙타등이라 큰 무리 없이 달리는 계획이었다.


아침 5시 20분쯤 기상하자마자, 물을 끓이고, 동시에 져지로 환복을 하고 라면을 후딱 해치웠다. 부모님 댁에서 싸 온 파김치를 돌돌 말아서 라면과 먹는데 이게 완전 꿀맛이다. 


아침을 꼭 먹는 이유는, 2가지 큰 목적이 있는데 첫 번째 목적은 라이딩 시의 필요 열량 공급을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몸속 장을 조금이나마 비우기 위함이다. 라이딩을 하시고, 그란폰도 참가 경험이 있으신 분은 이해하시겠지만, 아침에 배변이 원활하지 않으면 뭔가 찝찝하고, 라이딩 출발해서도 느낌적으로 몸이 무겁다고 느껴진다. 실제로도 그렇고. 


다행히 아침을 먹고 상쾌한 몸과 정신으로 자전거를 차에 싣고 경기장이 위치한 홍천으로 출발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있었고, 도착 후 약 10분 이상 주차할 장소 찾느라 시간을 조금 허비했지만 7시 30분에 메인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항상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분이 어김없이 오셔서 사회를 보고 있었다. 아직 추첨 전이라 추첨권을 단상에 마련된 박스에 후딱 넣고 혹시 모를 호명을 기다려 보지만 역시나였다. 

같이 참여하는 친구들과 함께 출발선으로 나아가 본다.


 출반선으로 향하는 길에 눈에 띄는 코스프레를 한 라이더가 여럿 보였다. 감탄과 동시에 약간은 의구심을 품었다. "저렇게 입고 잘 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였지만, 결국 그분들과 중간에 몇 번 마주치며 봤지만 잘 타시는 분들이었다. 내가 남을 걱정할 때가 아닌데 말이다. ^^



8시 출발신호와 함께 페달을 굴린다. 계획대로 천천히 페이스 조절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공작산까지는 무리 없이 계획대로 달려서 9시경 도착하고 다운힐을 하려 했는데, 마셜이 막는다. 위험하여 그룹으로 선두 마셜과 함께 내려가도록 유도하였다. 오!! 준비 괜찮은데 라는 생각으로 2~3분 기다린 후 그룹으로 내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빨리 내려가는 라이더와 중침 (중앙선 침범) 이 보인다. 공작산을 내려와 평지구간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제1보급소에 다 달았다. 콜라 2잔과 도넛 한 컵을 꾸역꾸역 맛나게 먹고, 혹시 몰라 초코파이 하나를 챙기고 KOM구간을 향해 출발했다. 


가는 중에 옆에서 지나가는 열차 (일렬로 붙어서 지나가는 자전거 일행)가 지나가고 같이 붙어서 달리기에는 체력이 안될 것 같아서 패스하고 적당한 팩에 붙어서 달렸다. KOM 구간이 가까워지면서 가슴이 설레었다. 약 4킬로 구간의 업힐이다. 바로 올라갈까 하다가 잠시 숨을 고르기로 결정하고 기록 계측구간 전에 멈추어서 2~3분 정도 쉬고 다시 안장에 올라 기록구간을 건너간다. "삑" 계측 시작을 알리는 음이 들렸다. 

이제 본격 업힐시작이다. 비축한 체력을 조금씩 꺼내면서 오른다. 업힐에서 내가 다른 라이더들을 재끼면서 오르고 있다. 

와우!! 계획대로 되는데? 

한 명, 다섯 명, 스무 명 카운팅을 하다가 집중이 안되는 듯하여 그만두고 업힐에만 신경 써서 올랐다. 

꾸역꾸역 페달을 굴리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 보이길 시작했다. 좀만 더 올라가면 되는데 정상 근처에 출사를 나오신 분들이 보였다. 

힘든 기색은 어느새 없어지고 표정을 신경 쓰기 시작하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 

그란폰도의 남는 건 이렇게 고생해 주시는 분들의 사진과 메달이다. 잘 찍히길 바라며 카메라 신경 안 쓰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올라가 본다. 


정상을 오른 후 바로 다운힐 ~ 

제2 보급소를 향해 가즈아!! 물도 거의 없는 상태라 갈증이 밀려온다. 

다운힐과 좋은 팩을 만나 빠르게 65킬로 지점의 보급소에 도달했다. 바나나 2개와 방울토마토를 먹어본다. 

와우 이거 뭐지? 방울토마토가 완전 달고 맛나는데? 신품종인가? 내 평생 먹어본 방울토마토 중에 최고였다. 


역대 쵝오 방울토마토


보급 후 마지막 부목재 정상을 향해 달린다. 2차 컷오프가 있었지만 시간은 충분해서 신경 안 쓰고 내 페이스대로 달려본다. 날씨가 좋아서 인지 풍경이 참 이쁘다. 대회 나와서 풍경 감상이라는 사치를 누릴 줄이야... 2년 전만에도 항상 컷오프를 신경 쓰고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나인데... 나름 발전했다. 


부목재 정상에서 만난 돼지바는 내 최애 아이스크림이다. 돼지바가 거기 딱하니 있다니 ^^


햇빛을 피할 곳이 없어서 후딱 아이스크림 먹고 물통 채우고 피니쉬 라인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굴려본다. 

다운힐을 거의 마치고 평지 및 낙타등을 만나는 약 105~110킬로 지점부터 다리에 슬금슬금 무언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시작된 건가? 그날인 건가? 


덴장!!! 


오셨다. 쥐가 납시였다. 

낙타등에서 조금 힘을 주다고 왼발 오른발 허벅지에 갑자기 경련이 찾아와서 넘어질 뻔했다. 클릿을 벗으려고 힘을 주려다 보니 더 쥐가 심하게 올라오는 듯했다. 

자전거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페달도 굴리지 못하겠고. 억지로 살살 와리가리 하며 힘을 최대한 빼고 굴려본다. 굴러가긴 굴러간다. 살살 굴리니 허벅지의 쥐도 안도를 하는 듯하다. 


다행히 약 10분 정도 이렇게 굴리다 보니 쥐가 제갈길을 간 것 같다. 

이렇게 쥐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피니쉬라인까지 안전히 도착할 수 있었다. 5시간 2분 걸렸다. 

메달을 받으러 다시 운동장을 가야 하는데, 업힐이 나왔다. 짧지만 아주 강렬한 업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운동장으로 들어가니, 메달을 주는 곳이 보인다. 도착하니, 준비된 메달을 누군가가 걸어주었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 !! "

완전 감동 ~~ 

홍천 그란폰도의 세심한 배려에 120킬로의 피로가 한방에 날아가는 듯하였다. 


대회장에 도착 후 메달과 함께 간식거리, 상품권을 받아 들고 운동장에서 발 뻗고 앉아서 소시지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이부었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사은품 추첨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서울까지 가는 길이 걱정되어 그냥 차에 올랐다. 



홍천 그란폰도는 처음 참석하지만 운영이나 보급, 그리고 피니쉬 후 메달과 간식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고 당연히 내년에도 필참 하고 싶은 생각이다. 

메달은 이쁘지 않았지만, 완주라는 감동, 행복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거면 족하다. 이보다 더한 것이 뭐가 필요하리라 


* 메인사진은 에이디바이크에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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