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독서는 삶이다. 아니, 현재의 삶보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한다.책을 읽으면 현실의 소음으로부터 해방된다. 대가들이 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나의 사고를 확장시켜준다. 독서를 하며 글쓰기에 필요한 재료를 수집한다. 책이 주는 즐거움, 성장, 변화를 기대하며 매일 조금이라도 독서를 한다.
하지만 독서에 익숙해지기까지, 10년이 걸렸다. 2010년, 군입대를 하고 본격적으로 독서에 도전했다. 남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기 위해 시작했지만 괴로운 경험이었다.
복학을 하고 나서는 방학 때마다 철학, 사학, 문학, 심리학, 미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를 탐색했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면 그 습관은 다시 사라졌다.
취업을 하고 나서 인사(HR) 업무를 하며 관련 책을 읽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는 힘들게 전공서적을 읽었다.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면서 역시나 이 단절된 시도들은 방향을 그리지 못했다.
9년여간의 반복되는 도전과 실패 이후, 언젠가부터 갑자기 책이 잘 읽히기 시작했다. 독서의 재미를 알게 된 건 불과 1년 전부터였다. 그래서 왜 그렇게 독서 시행착오가 많았는지 되돌아봤다.
1. 즐겁지가 않다
독서를 의무감으로 시작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독서에 도전했다. 하지만 특별히 배우고 싶은 주제 없이 시작했기에 재미가 없었다. 다독하는 사람들을 보면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책에 빠져 사는지부럽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문학은 난해하고 역사는 지루하고 철학은 딱딱했다. 심리학이라는 관심 주제를 정하고도, 크게 재미는 없어서 전공 공부만 따라갔다. 배움의 즐거움보다 독서의 무거움을 느끼는 경험이 계속되었다.
독서는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주제로 시작해야 재미가 있다. 다독을 통해 관심 주제를 찾는 것도 좋지만, 독서 자체에 익숙하지 않으면 독서의 흥미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내가 이해하기 쉬운 책으로 시작하고, 책 자체가 재미없다면 영상으로 더 편하게 관심 분야를 찾는 것도 좋다.
2. 어렵다
독서 체력이 잡혀있지 않은 상황에서 교과서와 고전 원서를 읽었다.그래서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없었다. 독서는 원래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괴롭지만 계속 읽고 반복했다. 내가 이해할 수도 없는 수준의 책을 계속 붙잡고 있으니 독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심리학이라는 관심 주제를 정하고 나서, 나는 바로 정신분석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에겐 어려웠고, 현대 심리학과 연결점을 찾을 수 없었다. 나에게 맞는 수준을 찾는데 실패해서 한동안 심리학이 나와 안 맞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관심 주제에 대해 여러 수준의 책들이 있다. 이제 막 관심의 불이 지펴졌는데, 어려운 책을 읽으면, 그 불씨가 사그라든다.관심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주제 안에서 본인의 수준에 맞는 책을 여러 권 읽어보는 것이 좋다.
3. 변화가 없다
대학 시절에 서평 과제는 나에게 독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내용 요약은 기본이고, 저자의 주장에 대한 비평을 해보라니. 재미도 없고 어려운 활동에서 성과를 만든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책을 이해하는 방법과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잘 받지 못해서 독서를 통한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관심 주제를 찾고 적절한 난이도의 책을 읽더라도, 사실 바로 바뀌는 것은 없다. 예를 들어 커피에 대한 책을 두 세권 읽는다 하더라도,당장 커피 사업을 하지 않으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즉, 학습한 내용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린다.
독서를 통해 변화를 경험하려면, 책을 읽으며 깨달은 내용, 알게 된 정보를 꾸준히 정리해야 한다. 독서의 재미를 놓치거나 어려워서 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준으로 참여해야 더 큰 성과와 변화를 얻을 수 있다. 나만의 테마를 찾는 과정은 장기전이다.
독서는 내게 불가능한 일일까
어려운 내용을 괴롭게 배우며 결국 남는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시점에 나는 독서를 그만두었다. 의무감에 다시 시작하고 또 변화가 없다고 느껴지면 다시 그만두는 것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독서에 도전한 지 9년 차,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독서를 시작하고 나서, 나의 독서 인생은 완전히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