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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Dec 08. 2024

끝도 새로운 시작

라라크루 수요질문. 강렬했던 '시작'의 추억이 있나요?

사람들 대부분은 ‘시작’이라는 단어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처음 해보는 경험은 설렘이 가득하고 그 끝에는 희망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실제 시작은 그렇지 않다. 낯선 경험은 불편함으로 받아들여지고, 마음 같지 않게 서툴기만 한 행동에 한숨은 절로 따라온다. 나보다 앞서간 이들을 바라보면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자기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시작을 기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작은 모든 성취의 첫 단계이다. 꿈만 꾼다고. 생각만 한다고 실제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시작은 본격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머릿속으로 은밀히 그려왔던 계획의 전면적인 결과물이기도 하다. 또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적극적 노력이다. 동시에 불안정성으로 돌진하는 용기라고도 일컬을 수 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 같은 시작은 바다를 누비는 거대한 고래의 꿈을 품고 있다. 시작의 가능성은 나이를 초월하며 모든 인간을 불시에 순수한 어린아이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내게도 그런 무수한 시작점들이 있었다. 새 책의 첫 장을 펼쳤을 때처럼 사소하지만 나만의 행복을 느끼던 순간에서부터 대학교 입학일. 첫 직장에서의 출근 날. 처음 친구와 해외여행을 갔던 일. 지금은 남편이 된 그와 사귀기로 한 날.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중요한 존재가 된 딸이 이 세상에 온 날.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고 첫 글을 썼을 때. 이제 내 삶에서 빠질 수 없는 벗들을 만나게 해 준 글쓰기 모임 라라크루에서의 첫날. 첫 책이 출간되었던 날.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시작이 밤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별들처럼 현재의 나를 은은히 감싸고 있다.      


시작의 역사는 오늘도 흐른다. 앞으로 내 인생에는 또 어떤 시작들이 생겨날까. 이왕이면 힘든 인생을 살맛이 나게 하는 시작이 많이 찾아오기를 소망한다. 아니 그런 시작을 찾아 자유롭게 탐험하며 살고 싶다. 인생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어떻게 살든 호기심 가득한 눈을 잃지 않고 삶을 향한 실망보다는 기대로 가득한 오늘을 보낼 수만 있다면 좋겠다. 언젠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 날에도 또 다른 시작을 향해 가는 마음으로 홀연히 떠날 수만 있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수요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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