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스 Mar 08. 2016

없다 있다 태극기

Turku에 태극기달린 날

미국처럼 8월말경 학기가 시작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여유있게 학사일정을 알아보았다. Turku에 있는 유일한 국제학교인 이곳의 신학기는 8월 첫주에 시작하고 입학시험은 그보다 전에 치루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학기중에도 입학이 가능하지만 정원이 찬 뒤라면 불가능하기에 입학을 장담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학년 별 현재 정원이 달라서 너희 아이들이 어떤 학년에 배정받는지에 따라 입학여부를 알 수 있으니 우선 입학시험을 치루어 보라한다.


타국에서 국제학교 배정을 받지 못해 길게는 이삼년동안 대기하고 있다는 소식도 지인들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어쩌나.... 일단 애들 데리고 가보자.... 한국에 집도 짐도 다 놔두고 이민가방에 급한 짐만 챙겨 떠났다.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은 바로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지난 학기와 이번 학기에는 정원이 나질 않아 연달아 신입생 또는 전학생이 없는 것을 보니 천행이 아닌가 싶다.


입학 문의 과정에서 나는 학교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교장선생님의 이메일주소로 수없이 문의하고 상의하였기에 입학식날 그를 마주하니 이유없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 안녕!!!! 나 그 코리안맘이야!'

' 아!!!! 너구나!!!!! '

' 응.... 이렇게 보니 정말 반갑다'

' 나도 만나게 되어 반가워 하하하'


학기 초에는 주차장에서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차를 한 뒤 학교 건물안에 들어가 아이들이 마치기를 기라렸다. 미국 학교에서는 등하교시에 학교입구부터 주변 도로까지 길게 차량의 행렬이 이어졌는데 이곳의 몇몇 엄마들을 보니 학교 일층 복도앞에서 기다리더라. 잘 모를 때는 눈치껏 남들 따라하는 거다. 일주일쯤 지나자 다들 나타나지 않았지만 난 그들을 따라 학교안으로 들어갔다.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외국어 수업이 다양하다. 그들의 모국어 수업이 배정되어 있고 영어와 제2외국어시간이 있다. 6학년에 되면 스웨덴어가 추가된다. 핀란드어 수업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핀란드에 온 시기가 다르고 가족구성과 인종에 따라 핀란드어 구사 수준이 달라 핀란드어 시간의 경우 3단계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한다. 우리 아이들은 당연히 기초반이다. 새롭게 핀어를 시작하니 힘들 수 있다며 제2외국어수업은 빼주신다. 이렇게 수업들이 학생마다 차이가 있다 보니 시간표도 대학생 시간표마냥 개인마다 다르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큰 아이는 8:25에 등교하는데 작은 아이는 10:30에 등교한다거나, 작은 아이가 1:20에 마치는데 큰 아이는 3:00에 수업을 마치는 이 시간표를 어찌하리오. 물론 한국에서처럼 수업을 마치면 제발로 걸어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에 들어오는 시스탬이라면 언제 오가든 상관없지만 문제는 우리집과 학교는 차로 15분거리며 오가는 버스도 없어서 등하교를 위해 내가 일일이 차량을 운행해야 한다.


지금은 요령이 생겨 간식과 읽을 책, 수학문제집 등을 챙겨주고 늦게 마치는 아이의 시간표에 맞추어 학교에 가지만 처음에는 아이도 나도 어리둥절하던 시절이라 먼저 마치는 아이의 시간표에 맞추어 학교에 갔다. 주차를 하고 먼저 나오는 아이와 쇼파에 앉아 나중에 나오는 아이를 기다린다. 언제쯤 나오려나 하염없이 현관문을 바라보곤 했다. 그때 같이

기다리며 친해진 Susanna. 미국에서 온 그녀도 다른 핀란드엄마들처럼 알아서 아이들이 집에 오도록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지라 매일같이 두 어머니는 복도를 지켰다.


등교 둘째날, 그렇게 나는 현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국제학교답게 세계 각국의 국기가 현관 유리에 장식되어 있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영국식 국제학교라서일까 ? 영국국기는 핀란드 국기위에 있다. 이런 저런 나라의 국기들이 붙어 있는데 태극기는 없다.


' 엄마, 태극기는 없네요?'

' 한국인 입학생이 그동안 없었나? 우리가 첫 한국인인가?'

' 한국학생 한 번인가 두 번 있었다는데.... 잘은 몰라요...'

' 아마, 학기초라 아직 준비를 못했을거야...'


그날 나는 교장선생님께 다시 한 번 메일을 보냈다.


친애하는 교장선생님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나도 너무 기쁘고 입학과정에서 친절을 베풀어 주어서 너무 고마워요...


오늘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현관의 국기들을 구경했어요. 태극기가 아직 준비되지 못했던데 신학기라 바쁜 것 이해해요. 그리고 한국인도 매우 드물죠. 하지만 아이는 태극기가 없어서 조금 서운해했어요.


만일 그 현관에 태극기가 조만간 등장한다면 내 아이들은 이 학교를 더욱 사랑하고, 이 도시에서 더욱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부탁할께요.


바쁜 일들이 끝나면 태극기도 붙여주실래요?

태극기는 .이렇게 생겼어요. 준비하기 어렵다면 내가 태극기 이미지를 준비해서 첨부할께요. 당신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어요.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알아주세요. 이곳에 태극기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그 날은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 멋진 날로 기억될 거에요.



보내 준 메일 잘 받았어... 미리 신경써 주지 못해서 미안해... 네 말대로 신학기이기도 했고 사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야. 학기마다 혹은 학기중에도 각 나라의 많은 아이들이 오고가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때마다 관찰하지를 못했어. 아마 어느 아이는 자기의 국가가 걸리지 않은 채로 이곳을 떠났는지도 모르겠다.  그 점 너무 미안하네...


네 덕분에 나는 앞으로 저 현관을 주의깊게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아.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


감사의 답장과 함께 다음 날 아침...

핀란드의 한 도시, Turku에 태극기가 걸렸습니다.


엄마가 교장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겐 비밀!

매거진의 이전글 핀란드의 점심 Fontan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