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는 비가 내리더니 햇살이 반짝반짝 쏟아지는 여름 방학의 어느 아침이다.모처럼 딸아이와 시간을 점검하며 외출준비를 했다.
설문지 챙겼니? 엄마가 파일에 넣어서 테이블위에 두었어, 그냥 들고 가면 구겨지쟎아
오늘은 큰 아이의 정기검진날이다. 핀란드에서는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인 5학년부터 학교 보건부 주관으로 연2회 정기검진을 실시한다. 연1회는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반드시 아이와 동행하여 설문과 면담을 실시한다.
아이가 작성한 설문지를 토대로 보건교사는 면담을하며서 아이의 생활습관과 정신건강을 점검하고 키와 몸무게뿐만 아니라 척추측만이라던가 피검사나 소변검사를 요하지 않는 각종 질병여부를 점검한다.
그동안 엄마인 나는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아이의 생활태도, 식습관, 운동습관은 물론 얼마나 자주 아이와 소통하는지 사춘기무렵의 아이에게 필요한 지도와 관심을 부모가 보이고 있는지에 관한 설문지를 작성한다. 과거 병력부터 접종여부를 파악하고 중독이나 성과 피임 등에 관한 대화를 아이와 얼마나 나누고 지도하는지 등 꽤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항목들이다.
아이와의 면담이 끝나면 내가 작성한 설문지를 검토하여 아이와 엄마가 함께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와의 관계를 파악한다. 잘 먹고 잘 자고 부모의 적절한 관심하에 잘 크고 있다는 일차진단을 받고 아이와 보건부 사무실을 나섰다.
이제는 나와 어깨가 나란한 아이의 팔짱을 끼고 걷다가 눈이 마주친다. 아이도 엄마도 서로에게 미소를 보낸다.
마침, 오늘부터 강가에서는 세계각국의 장터가 열리고 있어 딸아이의 손을 잡고 강가를 함께 걸었다.
잡은 두 손 놓지 말자꾸나,
때론 친구처럼 때론 등대처럼 널 위해 엄마는 내곁에 우뚝 서있을께
핀란드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국가가 관심을 둔다. 아기엄마들은 분명 내 아이인데 잘 키우고 있는지 검사받는 기분이 든다는 농담을 할 정도...
내 아이들이 아가였을 때 한국에서 영유아 정기검진이 필수항목이 되었다. 인근 병원을 찾아가 형식적인 검사를 하고 나오면서 이런 검사를 하려고 직장에 휴가를 내고 왔는가 억울하고 허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 일이니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 믿는다.
한국의 초중고등학교에도 각종 상담교사가 배치되고 심리상담이 실시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신건강도 살펴야 한다는 요청에서 시작되었으리라, 부디 사후약방문이 아닌 아이들의 심리변화를 잘 읽고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효과적인 제도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