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격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도 그럴 자격이 충분히 되는 사람이고,
선택의 차이였을 뿐, 내가 선택한 삶들을 존중했다.
이런 나에게 익숙지 않은 감정들이 생겼다.
사회적 나의 일은 내 선택의 결과인데,
내가 선택한 남편의 삶도 나의 선택들의 결과로 받아들여지면서 생기는 감정들이었다.
우리 남편은 실직을 하였다. 이제 2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속상했고,
과도기 중인 현재는 부끄럽고,
남편과 관련된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기가 무섭다.
힘든 일들을 함께 헤쳐 나가자고 결혼을 하였는데,
순간적으로 화가 나는 교묘한 내 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내가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품이 넓은 사람이었으면,
서로 잡은 두 손을 맞잡고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었을까?
더욱 서로 단단히 힘을 주어야 하는 시기에,
더욱 서로 잘났다고, 소리 내기에 급급한 날들이 더해질수록 더 못나지는 나이다.
나는 당신을 선택했고,
이로 인한 나의 못난 자격지심도 내 선택의 결과임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지금의 우리는 많이 힘들지만,
함께하면, 눈물 나게 좋은 날도 있을 거야.
오늘 하루도 묵묵히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