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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음내림 Nov 24. 2017

이명이 들리자 분주했던 잡념들이 멈췄다.

블랙아웃


삐---


시끄럽고 우중충한 속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돌아오는 길위에 잠시 서있기 조차 버거워

가던 길을 뎅강 잘라버리고 벽을 세워서 그 아래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며 코를 훌쩍거리고 있는데


별안간 머릿속에 빨간 수평선이 생겨났다.



위아래로 마구 뒤집힌, 작은 산등성같은 파장

한구간도 타지않고 계속해서 직진중인 그 빨간선이



내 머릿속 혼란한 틈을 타 잡념의 한가운데로부터

그대로 달려나가서 벽 사방 이곳저곳에

부딪치고 되돌아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와아아악-----



소리를 냅다 지르는 듯,

시끄러우니 그만 좀 떠들어대라는 듯


요란하게 주위를 밀어제치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갔다가 나간 모습대로 뒤돌아 뛰어 들어왔다.



나갔을 때의 힘만큼이나 들어올 때도 똑같이

악을 써대는 소리였다면 그래도 '내 정신의

활력이 아주 팔팔하구나'하겠지만


들어올 때는 어쩐지 뒤끝이 다꺼져가

불꽃처럼 푸쉬쉬--하고 사그라드니



그 빨간소리, 이명 기개에 놀라 웅성거리다가

꽁무니를 뺐던 잡념들이 하나 둘씩 코웃음을 치며


다시 어딘가에서 나와

스물스물 모여들기 시작한다.


잠시나마 이생각 저생각에서 벗어날수있도록

침묵의 틈을 벌어다준 이명의 감사함을 느낄 새도

없이 또 쏟아지는 한 잡념 덩어리들이


빨간 선이 걸음을 멈춘 곳에 모여들어 빙 둘러싸고

한데 뭉쳐 어기적 어기적 까만 덩어리를

만들어내다가 단단하게 굳어버리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와아아악--- 소리를 내며 이명이

다시 시작되고 나는 잠시나마 활력을 되찾는다.



바쁜 세상만큼이나 빨라지고 바빠진 내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차서 질식해 숨이 멎기직전 한번씩

모습을 내비치는 그 직선의 투명한 소리가

내 모든 잡념이 생겨나는 생각 공장의 셔터를

내려버리고 무형의 소리를 질러댈 때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붕괴되어

새롭게 시작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치 내 머릿속의 앰뷸런스 사이렌과도 같은

나를 살리려는 그 빨간선에 나는 오늘도

한없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많은 소음속에서 마찰하다가

끝내 모두 마모될 듯한 나의 정신력이


이명의 도움으로 다시 리셋되어

순백의 상태로 돌아가 제 역할을 시작하니

잠깐의 폭발적인 순간만 견디면 모든 것이

정리되고 간결해지는 의식의 블랙아웃이 일어나며


모든 것이 암흑으로 돌아간다.


내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곳으로 나를

돌려놓고 나는 또다시 범람을 막 넘긴 천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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