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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 한류.

필리핀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류

by JOYCOCO

필리핀 마닐라에 거주한 지도 2년이 넘어간다. 필리핀이 자랑하는 마을 BGC(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 인근에 거주 중이다. 필리핀에서는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비슷한 거주 공간을 콘도라고 부른다. 지금 살고 있는 콘도 1층에는 각종 상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상복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필리핀에서는 그냥 모두 콘도라고 부른다. 집 아래 상점들이 있으니 생활이 편리하다. 상점 중에 24시간 운영하는 슈퍼가 있다. 다국적 물건을 파는 슈퍼인데 중국 물건이 주를 이루나 일본이나 한국 것도 자주 눈에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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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슈퍼 앞을 지나는데 진열장의 고춧가루가 눈에 들어왔다. 한글로 커다랗게 '고춧가루'라고 쓰여있는 것이 반가워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젊은 커플이 고춧가루를 집어 들고 있었다. 필리핀 사람처럼 보였는데 용량이 제법 큰 고춧가루를 집어드는 것이 의외였다. 옆에 있던 와이프가 다가가 물어보았다. 고춧가루를 알고 있는지, 이것을 왜 사는지 물어보았다. 필리핀 커플 중 남자가 고춧가루를 집어 들고 대답하였다.

"고춧가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김치를 만들려고 한다. 나는 제법 김치를 잘 만든다."

필리핀 사람이 고춧가루를 사는 것도, 김치를 만든다는 것도 의외였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김치를 만들지 않고 사 먹는데, 필리핀 사람이 김치를 만든다는 대답을 한 것이다. 김치를 만들어 먹는다는 필리핀 커플이 기특해 보였다. 슈퍼에 고춧가루를 진열한 것으로 봐서 김치를 만들어 먹는 필리핀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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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는 한국슈퍼가 많이 있다. 한국인이 많이 살기도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에게도 한국의 먹거리는 인기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의 먹거리 문화가 필리핀에서는 주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식 편의점도 눈에 많이 뜨인다. 다양한 한국먹거리로 가득 찬 진열대와 한쪽에 마련된 즉석 라면 조리기까지 세련된 한국의 편의점 분위기가 필리핀 한복판에서 재연되고 있다. 비단 한국슈퍼에 국한되지 않는다. 필리핀의 일반적인 슈퍼마켓에서도 한국 라면이나 아이스크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 라면이야 워낙 유명해서 이제는 전 세계 어디서든 만나볼 수 있다. 필리핀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한국 아이스크림의 힘이다. 한국의 아이스크림이 이 정도로 경쟁력 있게 필리핀의 슈퍼를 점령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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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가 이제는 먹거리로 확장되어 필리핀, 나아가 동남아시아를 점령하고 있다. 노래나 드라마는 유행하다 그칠 수 있으나 먹거리는 다르다. 사람의 입맛이 간사해서 한번 길들여진 입맛은 쉽게 바꾸기 힘들다. 한국의 먹거리는 필리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모든 연령층으로 넓혀가고 있다. 슈퍼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 음식을 파는 음식점도 필리핀에서 성업 중이다. BGC의 중심가인 하이스트리트 한복판에는 작년에 문을 연 BBQ 치킨이 성업 중이다. 한국식 치킨은 거부할 수 없는 맛이다. 얼마 전 문을 연 파리바게트에서는 한국의 빵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한국식 중국집인 킹짬뽕에서는 다양한 해물이 푸짐한 맛있는 짬뽕을 즐길 수 있다. 해외에 오래 거주하는 입장에서 현지에서 다양한 한국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나아가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의 먹거리를 즐기는 것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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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을 지나다 보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K-POP, 세계인을 매료시킨 한국 화장품 샵은 필리핀 대부분의 쇼핑몰에 입점해 있다. 총과 칼이 아닌 찬란한 문화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나라 '대한민국', 오래전 김구 선생님이 바라던 이상이 이곳 동남아시아의 필리핀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자부심과 감동이 올라온다. 문화로 세계를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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