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를 읽다가
선생님 우리에게 ‘그 여자네 집’을 읽어주다가, 문득
우리 집에도 은행나무가 있었어요, 라고 하셨다.
다시 ‘그 여자네 집’에 살구꽃이 필 무렵
시 읽는 목소리가 그 계절에 멈춰 섰다.
우리 집도 그랬어요, 살구꽃이 있었어요,
우리 집엔 석류나무, 무화과나무도 있었어요.
선생님 목소리 너머 멈춰있는 계절 위로
골목길 하얗게 펼쳐지고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어린애 하나 팔랑이며 들어간다.
동백나무 있던 집
천리향과 철쭉꽃이 피던 집
풍덩한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가
나무에 물을 주고 마당을 쓸던 집
학교 마치고 골목길에 접어들면
그 여자 미싱 소리가 점점 크게 다가오던 집
뜨거운 땀에 젖은 트럭 운전수가
낮은 주황색 대문 안으로 허리 숙여 들어올 때면
미싱질 소리는 멈추고
아이들이 다 같이 깡충대던 집
일요일이면 동화책 읽는 소리가 옹기종기 모여
시장 간 엄마를 기다리던 집
어린 시절의 우리 집
계절이 지나고 지나
나도, 선생님의 목소리도
어느새
여기 와있다.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각.을.하.면......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