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포카와 상술의 진짜 원리
자, 고개를 돌려 지금 네 방 한구석을 봐라.
아직 비닐도 뜯지 않은 앨범 박스가 탑처럼 쌓여 있지 않은가? 아니면, 포토카드만 쏙 빼내고 본체인 CD와 포토북은 분리수거함으로 직행할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앨범을 '음반'이라고 부르지만, 그 용도가 변한 지는 이미 오래다. 음악은 스마트폰 스트리밍으로 듣는다. 요즘 세상에 CD 플레이어가 집에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번 컴백 때마다 수십 장, 아니 수백 장의 앨범을 산다.
엄마 등짝 스매싱을 맞아가며, 몇 달치 알바비를 털어가며 결제 버튼을 누를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이건 내 가수를 위한 거야. 초동 기록을 세워줘야 기가 살지."
정말 그럴까? 냉정하게 영수증을 다시 보자. 그 돈의 90%는 내 가수의 통장이 아니라, **'랜덤 상술'**을 설계한 회사의 재무제표로 들어간다.
우리가 앨범을 100장 사는 건, 음악을 100번 듣고 싶어서가 아니다. 0.01%의 확률로 나오는 '최애 포카'를 뽑기 위해서, 혹은 0.001%의 확률인 '팬사인회'에 당첨되어 오빠와 1분 대화할 권리를 얻기 위해서다. 즉, 우리는 문화를 산 게 아니라 **'도박(Gacha)'**을 샀고, **'복권'**을 샀다.
회사는 아주 교묘하다. 그들은 인간의 **수집 욕구, 도파민, 그리고 팬심(사랑)**을 인질로 잡고 완벽한 **'과소비 알고리즘'**을 짜놨다. 네가 의지가 약해서 지갑을 여는 게 아니다. 그들이 그렇게 열 수밖에 없게 판을 짰기 때문이다.
Chapter 1에서는 이 치졸하고 정교한 **'K팝 상술의 설계도'**를 뜯어볼 것이다. 아도르노가 경고한 '문화 산업'이 어떻게 우리를 생각 없는 '호구'로 만드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도박판에서 내 지갑과 자존심을 지키는 '주체적인 소비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지갑을 닫기 전에, 먼저 눈을 떠라. 적의 상술을 알아야 내 통장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