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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Han Oct 17. 2024

의도 세우기 연습, 몸에 집중하기

세번째 의도 어떤 방식으로든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것

몸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몸의 소리를 듣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명상에도 걷기 명상, 먹기 명상과 같이 실질적으로 몸에 집중하고자 하는 명상 방법이 있다. 실제로 명상을 하면서 몸의 특정 부위에 집중하고 감각을 느끼고자 하지만 그보다 더 특정한 신체적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다. 


 몸에 집중하는 것이 습관화되지 않았다고 느꼈던 것은 운동을 처음 시작한 후다. 운동을 하면 자연스레 호흡을 배운다. 언제 숨을 쉬고 언제 숨을 내뱉어야 하는지 배우기 때문에 여태껏 내가 숨 쉬어온 과정을 돌아보게 한다. 운동을 하고 배우는 또 다른 감각은 근육이다. 특히 걷기. 내가 걷는 모양새와 서있는 부동자세를 들여다보게 한다. 알아차리기 전까지 나는 숨이 쉬어지는 대로, 발걸음이 닿는 대로 걸을 뿐 내가 의도한 바를 숨과 걸음에게 내어주지 않았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몸은 제 역할을 한다. 다만 그 역할을 내가 알아차리고 있느냐 아니냐는 내가 의도한 대로 그 역할이 수행되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몸에 집중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은 음식이다. 먹는 일. 매일 하는 일이지만 그저 일상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는 "식". 먹는 일은 내 몸을 채우는 일.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는 것은 그 영양소 혹은 어떠한 감각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와 감각을 알고 채워주는 것.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채워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가장 근본적인 나에 대한 사랑이자 삶에 대한 동기부여가 아닐까. 어떤 생명체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늘 살피고 채워주려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내가 누워있는 자리를 계속 살피며 쿠션을 덧대주던 아빠가 생각난다. 참 귀찮았던 그 쿠션들이 아빠의 사랑이었다.


 우리가 언제 그러한 보살핌과 채움을 받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부모의 사랑이다. 그리고 조금 우스워보일 순 있겠지만 나에게 그러한 경험이 있다면 단연코 우리 집 강아지가 아주 새끼였을 때의 마음이다. 그러한 마음을 나 자신에게 내는 일이란 나에 대한 사랑이자 근본적인 삶에 대한 동기부여라고 말할 수 있다. 나를 돌보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것은 어쩌면 가장 당연하지만 가장 어렵다.


 이것을 왜 지금 깨닫고 있느냐 하면 생명을 몸에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임신을 하면 내 몸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변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내가 품고 있는 또 다른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돌봐야 할 생명체가 둘이니 항상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 외할머니께서는 아이를 많이 낳고 싶다고 하던 나에게 자식은 평생의 걱정이라며 정 낳고 싶으면 둘만 낳아서 키우라고 하시곤 했다. 하하. 할머니는 넷이나 낳으셨으면서.


 그런데 정말 하나를 품고 있어 보니 이 태어나지도 않은 작은 생명에게 아주 작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나랑 남편의 몸을 챙기는 모자란 시간에 나의 손톱만 한 씨앗의 생명을 보살피는 마음은 항상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그것은 곧 나의 영혼에 귀를 기울이는 일. 내면과 외면은 크게 동떨어져있지 않다.



팟캐스트 링크 https://podbbang.page.link/aUKVNQcyVM7mWG6n7

유튜브 팟캐스트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gAoxUsijiCkyX1KVDnt1L9RsXdB1E_nb&si=pxWxaHUXsWrXYyPi


본 영상과 연결되는 영상: https://youtu.be/mCRAJc_hZ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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