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幸: 기적은 일상에서 반복된다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며

by 열음

지난해는 우리 부부의 결혼 30주년 기념해였다. 부모님 슬하를 벗어나 한 사람과 무려 30년을 동고동락했다는 것은 '기적'이라 표현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4년, 같은 동아리 선후배가 만나 결혼식을 올렸다. 대학교 졸업 후 고작 1년 만에 결혼 선언을 했을 때 부모님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깜짝 놀랄 소식이었다. 심지어 우리가 함께 활동한 동아리에서조차 둘이 사귄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 결혼발표는 그야말로 센세이션 했다.


부부는 결혼 1년 후 캐나다로 함께 유학을 떠난다. 각자 하고 싶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공교롭게도 IMF가 터졌고, 유학비용으로 전세금까지 탈탈 털었던 부부는 한동안 친정집 신세를 지며 빠듯한 생활을 이어 나갔다.




결혼 4주년 기념일, 기적처럼 부부에게 천사 같은 아이가 태어났다. 드디어 한 아이의 부모로서 완전체가 된 것이다. 아이는 부부에게 한마디로 '복덩이'였다. 이때부터 희한하게도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결혼 10주년, "10년 전 약속을 지켰습니다"라는 당시 모 항공사 광고를 좇아 신혼여행지였던 사이판으로 아이와 함께 가족여행을 떠났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맞벌이 부부의 고민이 시작됐다. 유치원까지는 회사가 제공하는 어린이집 혜택과 친정 부모님의 도움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는 워킹맘이라는 굴레가 아이의 학교 생활에 많은 제약을 가져다주었다.


결국 부부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와 좋은 기회들을 뒤로하고 과감히 미국행을 결정한다. 평탄함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결과다.


1년 주재원으로 예정했던 도미일정이 5년, 다시 10년 이상으로 늘어났고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부부는 미국에 체류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결혼 20주년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민으로 맞이해야 했다.




기적이란 보통 작은 일들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막상 그것이 기적인지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한다. 부부의 결혼 30년은 그런 의미에서 ‘기적’ 같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국내와 해외를 오고 가며 부부는 수많은 생사고락을 함께해 왔다. 지나온 날들이 너무나 파란만장해서 노년에 지난날 회상만으로도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다는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다. 어쩜 부부애를 넘어서 전우애로 거듭났을지도 모른다.


기적 같은 30년을 살아온 우리 부부의 다가오는 31주년 결혼기념일을 자축하며 이 글을 남겨본다.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기적을 기대하며….


부부가 좋아하는 영화 포레스트검프의 한 구절로 마무리를 해본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중> 은 일상에 대한 고찰 및 다양한 기억을 소환해 보려는 시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하루를 기록하고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 제 곁을 지켜준 사람들을 떠올려 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이나 공감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 이 글을 끝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중>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곧 새로운 주제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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