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니seny Oct 20. 2024

중간 면담을 했다 (하)

면담 후 드는 이런저런 생각과 엄마의 한마디

<중간 면담을 했다 (상)>에서 이어집니다.



    아까 오전에 면담한 막내사원과 점심을 먹고 둘이 산책을 했다. 막내는 면담할 때 팀장님이 내 칭찬 많이 했다고 그랬는데 무슨 칭찬인지 물어볼걸 그랬나. 아랫사람 앞에서 내 욕 하는 것도 이상하고 또 막내가 내 욕을 들었더라도 내 앞에서 말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내가 못하는 것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잘하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을 받고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로 만약 나만 승진하게 된다면 상황이 곤란해질 거 같아서 민망하다. 둘이 동갑에 경력도 똑같은데 만약 나만 승진을 한다면 호칭을 부르는 것도 그렇고 서로 일할 때 책임 범위에 대한 정의도 새로 해야 한다. 그런데다 동료는 자기가 하고 일에 대해 꽤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라 더 그렇다.


     나는 회사에 사적으로 친한 사람이 없어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누군가 나에 대해 좋게 말해주거나 편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 하지만 동료는 이 회사를 다닌 지 10년이나 되었고 다른 부서 여기저기에 친한 사람들도 많은 데다 결정적으로 사내 연애도 하고 있어서 남자친구 아니 올해 말에 남편이 될 사람도 같은 회사에 있는 판인지라 여러모로 걱정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발생한다면 내가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저런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 전에 전에 이 회사를 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나는 자신감이 없지만 팀장님은 내가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내가 여태까지 그걸 발휘할 경험이 없었을 뿐이니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팀장님이 없어도 팀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내가 관리회계 전반 즉 손익 마감부터 보고까지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여태까지는 나도 시키는 대로만 해왔던 것도 있고 팀장님 전에 있던 상사도 우릴 더 성장시키거나 키울 생각까지는 안 하셔서 그런 역할을 주지 않기도 했다. 이게 당장은 편했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이런저런 경험을 해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야기가 거의 끝났을 때쯤 팀장님이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말을 해야겠다 싶어서 하는 것이니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사장님께서 나랑 막내사원은 아침에 인사할 때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냐고 여러 번 얘기를 하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팀장님이 이상한 부탁(?)인 걸 알지만 이런 소리 안 듣게 아침에는 밝게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혹시라도 승진 평가에 이런 사소하고 어이없는 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거니까.


     지금이 쌍팔연도도 아니고 여직원이라면 싱긋싱긋 웃으라는 그런 느낌인 건가? 해서 확 들이받으려다 참았다. 이건 내가 사장님한테 직접 들은 말이 아니니 정확히 어떤 뉘앙스로, 어떤 식으로 말했는지 알 수 없으니까.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나를 뽑아주셨던 전 대표님이라면 이 분이 어떤 분인지 아니까 어떤 말을 했다고 하면 의도나 뉘앙스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롭게 대표이사가 되신 지금의 사장님은 공식적으로 사장과 직원과의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전 대표님과 달리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 이 분이 어떤 캐릭터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발끈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머리를 스치는 장면 하나. 우리 팀 바로 옆에는 마케팅팀이 앉아있다. 마케팅팀 사람들은 아무래도 외부 고객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외향적인 사람들이 많고 기본적인 서비스 마인드가 장착되어 있다. 칠렐레 팔렐레 웃는 건 아니지만 항상 영업용 정도의 미소를 띠고 있다. 그래서 옆 팀의 그들과 비교되는 거라면 쌍팔연도의 여직원에게 요구하는 상냥한 미소라기 보단 회사 동료로서 밝고 활기차게 인사하는 모습 정도를 바란 것 같다는 판단을 스스로 내렸다.






     집에 와서 엄마한테 오늘 있었던 면담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어이없지만 회사 대표님이 아침에 인사할 때 좀 웃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더니 엄마 왈,



  넌 어렸을 때부터

   잘 웃지 않았어.
 (푸하하하)


엄마의 대답에 빵 터지고 말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간면담을 했다 (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