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번 주 치과치료 일기

6개월 만에 간 치과에서… 된통 당했다

by 세니seny

2024년 12월 중순의 이야기.


나는 6개월마다
치과에 간다.


치아라는 게 안 아플 때는 괜찮지만 한번 아팠다 하면 된통 당하기 십상이다. 통증으로도 그렇고 경제적인 면(돈)에서도. 그래서 그걸 방지하기 위해 치과에서 오라고 안 해도 스스로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가고 있다.


나는 외모에 대해 이런저런 콤플렉스가 있지만 콤플렉스 중 하나였던 건 이가 삐뚤빼뚤 못나게 난 것이었다. 당시엔 교정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워낙 돈도 많이 든다 하고 어렸을 때 교정을 하면 계속 자라는 중이라 교정을 끝내기까지 오래 걸린다 등 말도 많고 해서 교정할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대학교 입학 전, 사촌인 이모네 애들이 마침 교정을 시작했다면서 아는 치과가 있다길래 가봤다. 요새는 교정만 전문으로 하는 치과도 아주 흔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에는 지금만큼 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족인 이모가 소개해주는 곳인 데다 이미 사촌들이 거기서 교정을 하고 있는 중이라 안심이 되었다.


치과는 우리 집에서는 멀었지만 어차피 나는 그해 3월부터 대학생이 될 예정이었다. 이제 더 이상 한 구에서, 집과 동네에서만 돌아다녀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아무리 서울에 살고 있어도 이미 합격한 대학교부터가 집에서 가려면 서울 끝에서 끝인 느낌으로 이동해야 하는 곳에 있었다. 간략하게 그림으로 그리면 이러하다. 버뮤다의 삼각지대도 아니고 나 참.


- 학교 -

- -

- 서울시 -

집 ——————————————— 치과


집-학교, 학교-치과, 집-치과의 거리가 서로 다 멀었다. 그래도 성인이니까 혼자 스케줄을 잘 짜서 다녔다. 1년 반? 아니다... 교정이 끝날 때까지 약 2년 정도 걸렸던 거 같다. 결국 2년 ~ 2년 반 만에 교정기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빼고 싶던 교정기였는데 막상 빼고 나니까 너무 허전해서 이상했다는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다.


교정이 끝난 이후로는 일반 진료를 받기 위해 다른 치과로 가도 상관없지만 교정 상태도 볼 겸 겸사겸사해서 교정을 했던 그 치과를 간다. 이제는 회사도 강남에 있었고 집도 그 근방이라 치과가 오히려 가까워졌다.


그런데 지난 7월에 치과에 다녀왔을 때는 분명 아무 이상이 없었다. 사실 6개월마다 가니까 크게 이가 상한 기억이 최근에는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아주 가끔 작은 충치 생기면 때우는 정도.


그런데 선생님께서 '이상하네요...' 하면서 원래는 금으로 덧씌운 어금니를 한쪽만 씹냐면서 오히려 잘 안 씹는 쪽이 뭐가 잘 낀다고 했다. 오히려 음식물이 닿아서 씹어주면 금니에 잔여물이 안 끼는데 내가 그쪽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뭐가 낀다면서 그걸 좀 제거해 주겠다고 자세히 보다가 충치를 발견했다.


그것도…
왕. 건. 이. 충. 치. 를.


결국 금니 씌운 걸 다 들어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그리고 그 자리는 다시 금을 덧씌우든 다른 재료로 씌우든 해야 한다고 했다. 두둥.


내가 서두에서 말했잖아. 치과 치료는 한번(?) 나왔다 하면 통증도 통증이고(물리적인 통증) 치료비(경제적인 통증)도 어마어마하다고. 한쪽만 당해도 가슴 쓰린데 물리적 통증과 경제적 통증 양쪽 콤보를 다 맞는 게 치과란 말이다.


일단 선택할 수 있는 재료 2가지인 금과 지르코니아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일단 충치 치료부터 먼저 할 테니 그동안 어떤 재료를 선택할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어렸을 적엔 무조건 엄마가 치과를 데리고 다녔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더라도 엄마는 무조건 비싸더라도 금! 가장 좋은 재료로!라는 모토로 금을 선택했다.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건 적어도 회사를 다닐 때의 이야기.


내가 돈을 벌 때라면 아무 문제가 없으나 현재의 나는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백수라는 사실이다. 금으로 하고 엄마한테 보태달라 해볼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능인 것 같은 금의 안 좋은 점은 딱 하나, 미관상 별로라는 점이 있다. 입을 벌리면 하얀색 치아 사이로 금니가 떡하니 보이는데 그게 좀 별로였다.


지르코니아도 저렴한 재료는 아니었지만 금보다는 조금 저렴했다. 그리고 지르코니아는 금보다 사람의 몸에 녹아드는 성향은 약하지만 미관상 치아색깔과 동일해서 보기 좋고 아주 험하게 쓰지 않는다면 잘 깨지지 않는다 했다. 그래서 이걸로 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결정을 내렸거나 말거나 치료는 계속되었고 생각지도 못하게 마취주사도 맞았다. 교정할 때 제일 싫었던 게 바로 이 마취주사였다. 잇몸에 생으로 뭔가를 찌르는 느낌. 그리고 이거 맞고 나면 감각이 없어서 턱이 이상하다. 덩달아 기분도 이상해진다.


입 벌리고 있어서 턱도 아픈데 귀가 울릴 정도로 계속 드릉드릉드릉 소리가 난다. 도대체 언제 끝나지. 충치치료에다가 썩은 범위도 꽤 크다고 했고 본을 뜨는 작업도 해야 한단다. 또 어금니 때문에 그 앞에 이가 썩는 바람에 그것도 치료해야 한다는 소식까지. 이 치료, 저 치료하느라 치료가 끝나고 나니 무려 치과 침대에 누운 지 2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밖에 나오니 해가 떨어져서 어둑해져 있더라.


그리고 1주일이 지난 뒤, 다시 씌우러 와야 한다. 그런데 6개월 만에 갑자기 이렇게 많이 썩는다는 것도 이상하잖아?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도대체 어디서 뭐가 잘못된 거지?


원인은 금방 찾았다. 7월부터였다. 나는 그때부터 집에 있었고 여름이라 아이스크림을 식후에 하나씩 먹었다. 그러다 보니 중독된 건지 여름이라는 핑계로 차가운 게 땡겨서 거의 하루에 한 개는 먹었다.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이 떨어지는 날이 없었다. 그런데 회사 다닐 땐 아침에 나갈 때 이 닦고, 점심 먹고 꼭 닦고, 저녁 먹고도 자기 전에 꼭 닦아서 최소 3회 이상은 칫솔질을 했다.


봐봐라, 하지만 현재 백수의 삶에선 어떠한가. 아침에? 나갈 일이 있으면 닦지만 그렇지 않으면 안 닦는다. 왜냐? 금방 점심 먹을 거니까. 점심 먹고 나면 아이스크림 먹고 간식 먹고 이러다 보니 이 닦으면 좀 있다 또 뭐 먹을 건데? 이러다 안 닦는다.


그렇게 미루다 보면 저녁 먹을 때가 얼마 안 남아서 어차피 저녁 먹을 건데, 하며 안 닦는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자기 전에는 반드시 닦았는데 그러다 보니 칫솔질을 하루에 최소 1회밖에 안 했던 거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사탕, 과자 등 그렇게 단 거는 실컷 먹어놓고 말이지. 그런 생활을 6개월이나 보냈다. 써놓고 보니 나 때문이네? 결국 이를 제대로 닦지 않은 것에 대한 수업료는 아주 비싸게 지불했다.


그전에 유럽여행 두 달 동안 다닐 때도 점심에는 밖에서 이를 닦기가 곤란해서 점심때 이를 안/못 닦긴 했다. 물론 아침저녁으로는 열심히 닦았지만. 이미 위험신호가 있었는데 거기에 내가 기름을 들이부은 꼴이네.


그리고 1주일 후 어금니를 씌우기 위해 치과에 방문했는데... (두둥)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