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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롸이프 Nov 26. 2024

에버랜드에서 100만 원 쓰기

해외여행을 간다는 마음으로


인간의 키가 110~120cm에 달했다는 것은 한자릿수 나이 생에 큰 의미를 가진다. 놀이공원에서 바이킹과 후룸라이드를 탈 수 있다는 것! 유아용 놀이기구에서 벗어나 스릴 넘치는 기구에서 형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은 남편이 또 어디론가 떠난 어느 주말, ‘언제 가면 사람이 덜 붐빌까’ 혼자만의 눈치게임을 드디어 끝내기로 했다. 그동안 벼르던 에버랜드에 우리 집 113cm 작은 인간을 데려가기로 한다.


용인은 우리 집(경기도 서북부)으로부터 꽤 멀기도 하고,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에 도저히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 1박 2일로 일정을 잡았다. 첫날은 느긋하게 도착해서 탐색을 하고, 둘째 날은 첫날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사파리 투어 등을 하기로.


이번 육아 전(戦)에는 세 가지 기본 능력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체력(+방향감각), 재력, 정보력



1. 체력, 누가 놀이공원을 언덕에 지었나

에버랜드에 도착해서야 옛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이 근처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소풍으로 에버랜드를 자주 갔다. 소풍 갈 때마다 신나는 와중에도 언덕을 오르내리는 게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다. 에버랜드 입구는 언덕의 상단에 위치하고 사파리를 포함한 대다수의 놀이기구가 언덕의 중간에서 하단까지 펼쳐져 있다. 그러다 보니 주요 포스트를 오가려면 곤돌라를 타거나 오르막에 설치된 무빙워크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곤돌라에도 줄이 길어져서 직접 걸어 오르내리는 게 속편 하다. 이러다 보면 어른도 하루에 1만 5 천보 이상 걷게 되기 때문에 6~7세 아이를 동반한다면 유모차나 경량 트라이크는 필수 아이템이다. 어느새 18kg를 넘어버린 내 새끼를 밀고 끄는 건 그동안 언덕길을 출퇴근하며 다져진 나의 하체다.


더불어 곳곳에 숨어있는 놀이기구 찾기, 비슷하고 자주 보이지만 서로 다른 스낵코너에서 아까 먹고 싶었던 것 찾기, 왔던 길 다시 되돌아가기 등… 타고난 방향감각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2. 재력, 시간이 돈이다

주말 양일 입장권 성인, 유아 총 2인= 17.4만 원

식사, 현장 간식(추로스, 솜사탕, 팝콘) 및 기념품(판다 인형, 머리띠 등)= 27.7만 원

줄 서지 않고 빨리 탈 수 있는 Q패스= 22.5만 원

판다 동물 아카데미= 8만 원

근처 호텔 1박= 16만 원

*엄마와 6세 딸 1박 2일 에버랜드 총 경비 91.6만 원..

 (왕복 기름값 포함하면 100만 원 되시겠다..)


애초에 숙박을 하기로 하면서 마음먹었다. 나는 비행기를 안타는 해외여행을 왔다고. 그래야 어미 마음과 멘탈이 한결 나아진다. 에버랜드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모든 게 돈이고, 시간은 곧 돈이다.



그중에서도 Q패스는 강력 추천한다. 인기 있는 놀이기구, 사파리를 오전에 모바일 앱으로 줄 서기를 하지 않으면 오후에 무한대기를 해야 하는데 미취학 아동을 데리고 한 시간 넘는 줄 서기는 무리다. 그래도 모바일 줄 서기는 하루에 한 곳 한 번만 가능하기 때문에 입장하자마자 앱으로 줄 서기를 한 곳 하고 나머지는 빨리 들어가는 패스를 사는 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에버랜드 안에 직접 입장을 하고나서부터 모바일 줄 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오전 10시 개장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먼저 도착해 많은 인파와 함께 줄 서기를 해야 한다.  


3. 정보력, 아는 만큼 즐긴다

입장부터 모바일 줄서기, Q패스, 공연시간, 기구 운영여부 등 모든 예약과 정보 확인이 에버랜드 모바일 앱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앱사용을 부지런히 익혀두는 게 좋다.


판다, 맹금류, 호랑이 같은 특정동물은 개별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푸바오는 돌아갔지만 판다 같은 인기 동물은 워낙 줄도 길고 관람 시간도 한정되어 있어, 1시간짜리 체험 수업을 들으며 여유 있게 돌아봤다. 판다가 태어나서부터 먹이, 습성, 배변 등 한 동물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는 시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잘 몰랐던 동식물에 대한 지식이 점점 쌓인다.



흔히 사파리로 알고 있는 야생동물 체험은 사파리(육식동물)와 로스트밸리(초식동물) 둘로 나뉜다. 아이가 한창 관심 있어 하는 동물과 맹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하나 평생 울타리 안에서 갇혀 여생을 보내는 동물들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라는 것 역시 아이에게 알려줘야 했다.


2년 전 미국을 여행하면서 텍사스 달라스에서 방문했던 동물원이 생각났다. 이름은 동물원이었지만 광활한 자연 안에 동물들이 자유로이 뛰어놀고 있었고, 사람은 그저 그 옆을 잠시 지나가는 동물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인간을 위한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을 위한 동물원. 물론 동물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없고,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누구도 우위에 있지 않은 그 느낌과 경험 만으로도 충분했다.


Dallas Zoo, TX


롸는 에버랜드를 다녀와서 일주일동안 판다 헤어밴드를 하고 다녔다. 무엇보다 가을 날씨가 다했지만 나는 오늘도 배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는 육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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