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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Young Kim Oct 31. 2015

우리 식당 김사장이 데이터 과학자가 된 사연은?

망해가는 식당도 흥하게 하는 데이터 과학 이야기

예나 지금이나 별다른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분들이 쉽게 생각하고 많이 시작하는 것이 음식점이다. 하지만 불황에 식당을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분들이 많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식당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데이터와 함께하면 험한 창업의 길도 좀더 쉬워지지 않을까?

지난번 글에서 데이터 본능과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 글에서는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식당 운영이라는 일에 데이터 과학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비즈니스 운영은 의사 결정의 연속이며, 잘못된 의사결정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여기서는 직관에 의해 이런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에 비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어떤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살펴보자.


식당 운영을 해본 경험이 전무한 필자의 상상에 의한 시나리오이므로 실제 식당 사장님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실천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현실성이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신선한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의 기본은 온라인 서비스나 오프라인 서비스나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장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데이터 과학이 식당 경영에 적용될 수 있는 사례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식당 창업에 도전한 김사장의 고민

우리의 주인공은 50대 초반에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식당 창업에 도전한 김사장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많은 사람들처럼 그 역시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잘 짜여진 조직에서 보낸 자신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20년이 넘는 조직생활의 결과로 받은 퇴직금과 손맛 좋기로 소문난 아내의 음식 솜씨를 믿고 집 근처에 식당을 내 보기로 결심한다. 


다행히 집 근처에 회사 등이 몰려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괜찮은 식당 자리가 매물로 나와 있었다. 그는 주로  점심시간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식집을 내기로 하고 개업 준비에 착수했다. 그렇게 6개월을 준비한 끝에 그는 '우리 식당'의 문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우리 식당의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개업 직후 반짝 장사가 잘 되는  듯하더니, 이내 손님의 발길이 잦아들었다. 김사장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전단지를 돌려보기도 하고 인테리어를 바꾸어 보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이렇게 1년이 지나고 월세를 내기도 빠듯한 매출에 김사장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데이터 과학자인 조카의 조언

그러던 차에 김사장은 어느 날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하는 조카를 밥이나 한 끼 먹일 참으로 식당으로 불렸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가 이름도 생소한 ‘데이터 과학자’로 일한다는 말에 김사장은 대견했다. 대화가 깊어지고 김사장은 조카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요새 식당이 신통치 않아서 걱정이야. 월세도 못 건진다고…”
“아 그래요? 제가 볼 때는 나쁘지 않은데요?”
“아, 보통은 점심 때도 테이블이 절반도 안 차… 단골도 별로 없고 손님이 개점 때보다 오히려 줄었으니…”
“뭐가 문제인지는 아세요? 음식이 문제일 수도 있고, 서비스나 분위기가 원인일 수도 있잖아요.”

김사장은 자신이 문제의 원인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도 매달 손에 쥐는 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다였다. 조카가 말을 이었다.

“사실 제가 회사에서 하는 일도 그런 거예요. 왜 사람들이 우리 사이트에 오는지, 와서 원하던 목적을 이루고 가는지, 서비스는 만족하는지, 그런 것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죠.”
“데이터? 분석? 그거 어려운 거 아냐?”
“아, 알고 보면 별거 아니에요. 그냥 사람들이 어느 경로를 거쳐 접속하는지, 접속해서 머무는 시간을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물건을 살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등등이에요. 그런 게 다 기록에 남거든요.”

김사장은 이 대목에서 귀가 솔깃했다. 데이터라는 게 별 대단한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아 그래? 그럼 우리 식당에도 적용할 수 있겠네? 근데 우리는 그런 기록이 안 남으니…”
“아  문제없어요. 기록이 남게 하면 되죠. 우선 매출 전표 같은 건 있죠?”
“아 그게… 얼마 팔았는지는 있지.”
“그럼 어떤 품목이 팔렸고 그런 건 기록 안 하세요?”

김사장은 아차 싶었다. 사실 그는 그런 세세한 것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은 못했다.

“아 그런 건 차차 할 생각이었는데…”
“아니, 그런 건 당연히 기록하셔야죠. 그래야 어떤 품목이 인기 있는지도 알고 할 거 아녜요.”
“그러게 말야. 오늘 당장 해야겠다.”

김사장은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메뉴의 변화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

한 달쯤 지나 조카가 다시 가게를 방문했다. 이번에 김사장은 그동안 모은 판매 기록을 담은 엑셀 시트를 자신 있게 내밀었다. 조카는 데이터를 흥미 있게 보았다.

“아 데이터를 보니 재미있는 패턴이 많이 보이네요. 여기 보시면 순두부를 주문한 사람들은 꼭 파전을 같이 주문하네요.
“아 그러네. 그런 건 세트 메뉴로 만들면 되겠다.”
“네, 좋은 생각이세요. 그런데 왜 팔리는 품목은 몇 가지 안돼요? 메뉴는 이렇게 많은데…”
“그러게 말야. 데이터를 보다 보니 그렇더라고…”

조카는 여기서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식당의 메뉴가 회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초기화면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팀에서는 초기화면에 배치할 상품군을 최적화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이 실험의 핵심은 다양한 순서로 화면 배치를 바꾸어 가면서 고객들의 클릭을 최대한 유도하는 레이아웃을 찾는 것이었다. 보통은 고객들이 위에서부터 화면을 살펴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데이터를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삼촌, 그런데 판매 데이터와 메뉴를 같이 보니 메뉴 앞장에 있는 음식이 판매율이 훨씬 높은데요?”
“아 그래? 그것 참 신기하네? 하긴 보통 바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넘겨볼 시간이 없나…”
“그러게요, 근데 제 생각엔 뒷장에 맛있는 메뉴가 많거든요. 메뉴 배치를 바꿔보면 어때요?”
“뭐 그거야 어렵지 않지.”

김사장은 조카의 말에 따라 메뉴를 한눈에 들어오게 바꾸고 순서도 바꾸어 보았다. 그렇게 또 한 달, 신기하게도 그는 판매되는 많이 품목의 종류가 달라진 것을 발견했다. 개편된 메뉴에서 위에 올라온 음식들은 대부분 판매량이 올랐고, 전체적으로 좀 더 다양한 품목이 판매되고 있었다. 별거 아닌 메뉴의 순서가 매출에 이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김사장에게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후 김사장은 주기적으로 메뉴를 변경해가며 편향이 없는 매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레스토랑의 메뉴는 온라인 쇼핑몰의 초기화면과 같다!


고객의 만족도를 알아내기: 설문 조사

고마운 마음에 김사장은 조카에게 또 밥을 먹이기로 하고 불렀다. 메뉴 변경 이후 매출도 오르고 판매 추이가 달라졌다는 말을 조카가 반겼다.

“삼촌, 매출이 올랐다니 다행이에요. 인터넷 쇼핑몰이나 음식점이나 데이터 분석의 기본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도 위에 배치한 상품이 훨씬 많이 팔리거든요.”
“그러게 말야. 데이터의 위력을 실감했다니까. 뭐 다른 아이디어 없냐?”
“하하. 음… 생각해 볼게요. 혹시 손님들의 만족도 같은 건 조사해 보셨어요?”
“만족도라… 뭐 가게 나갈 때 손님들 표정을 가끔 살피긴 하는데 조사까지는… “

김사장은 종종 손님들의 눈치를 살피긴 했지만, 이를 수치로 측정한다는 것은 생각을 못한 터였다. 그는 이어지는 조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 고객이 만족하면 더 자주 올 수도 있고 입소문도 내줄 수 있으니까요. 저희 쇼핑몰에서도 고객 설문조사 같은 거 하거든요.”
“아, 그건 그렇지… 그런데 이것저것 물어보면 귀찮아하지 않을까?”
“아, 응답을 해준 고객한테는 뭔가 쿠폰이라도 주면 되죠. 그리고 꼭 물어봐야 아는 건 아니고, 그냥 관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남긴 음식의 양과 가짓수를 보면 어떨까요? 음식이 맛이 있으면 다 먹을 테니까요.”
“아 그래, 좋은 생각이다. 거기까진 미처 생각을 못했네…”
“한번 조사해보세요. 그리고, 설문조사를 할 때는 손님이 누구인지,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 앉았는지도 꼭 같이 적으세요.”

김사장은 조카의 말을 당장 실천에 옮겼다. 그는 매출 전표에 손님이 남긴 음식의 양과 종류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각 탁자마다 ‘고객의 소리’ 카드를 배치해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신용카드에 서명을 할 때 고객이 음식, 서비스, 그리고 분위기에 대한 간단한 설문을 작성하면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주었다. 김사장은 고객이 작성한 설문에 고객의 나이나 성별과 같은 간단한 인적 사항을 기록했다.


한 달 뒤 고객 설문 데이터를 들여다 본 김사장은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선 찌개류를 먹은 고객들이 상당수 음식 맛이 짜다는 응답을 남겼다. 이는 실제로 찌개류의 음식을 남기는 고객의 비율이 가장 많았던 사실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또한 ‘서비스’ 설문에서는 고객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서비스를 제 때 받기가 힘들다는 불만이 높았다. 마지막으로 ‘분위기’ 설문에서는 입구 근처에 위치한 주로 여성 고객들이 불만이 높았다. 마침 겨울이었는데, 외풍이 불어 너무 춥다는 것이었다.


김사장은 손님들이 실제로 다양한 의견을 준다는 점에 놀랐고, 그중 상당 부분을 자신이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그가 발견한 여러 가지 사실 중 몇 가지는 당장 개선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그는 바로 실천에 옮겼다. 우선 찌개류에 넣는 조미료의 양을 줄여서 맛을 순화시키고, 이중 문을 설치하여 외풍이 들지 않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실천한 후에도 매출이 확 늘지는 않았다. 마침 명절이 되어 김사장은 집에 놀러 온 조카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다. 조카는 데이터를 한번 보자고 했다. 김사장은 이제는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노트북을 꺼내 고객 피드백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조카는 이를 한참 동안 살펴보더니 말을 꺼냈다.

“삼촌, 여기 설문 결과를 보니 삼촌 식당의 고객은 다 젊은 사람들이네요?”
“아 그래? 꼭 그렇지는 않은데? 오히려 중년 이상되는 손님들이 매출은 다 올려주는데?”
“아, 그럼 아마도 젊은 층이 설문에 많이 응답한 것 같아요. 혹시 나이 드신 손님들 의견은 들어 보셨어요?

김사장은 순간 또 ‘아차’ 했다. 일단 데이터를 수집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설문에 응답한 손님들의 나이 분포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던 것이다. 김사장은 명절이 끝난 후 영업을 시작한 날 연배가 비슷한 중년 고객들에게 말을 건네 음식 간이 어떠나고 넌 저시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많은 중년 고객들이 음식이 조금 싱거워진 것 같다는 응답을 했다.


김사장인 그제야 각 테이블에 손님들이 직접 간을 해먹을 수 있게 양념장을 비치했다. 몇 주가 지나 매출이 비로소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중년 단골 손님들이 다시 가게를 찾기 시작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김사장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복잡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려할 점이 많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 

용인시 노인복지관 식당의 설문조사 사례


고객의 만족도를 알아내기: 고객 행동 분석

고객 설문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매번 설문 결과를 수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문에 응답한 고객의 쿠폰 사용으로 발생하는 매출 손실도 있었다. 게다가 찌개 사건에서처럼 모든 고객이 설문에 응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고객의 정보가 누락될 가능성도 있었다. 김사장은 조카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설문 말고 고객의 만족도를 알아내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아, 저희 회사에서는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고객이 쇼핑몰의 각 페이지에서 얼마나 머무는지, 어떤 상품을 구경하고 구입하는지, 일단 구입한 물건을 다시 구입하는 비율은 어떤지 등등요.
아, 그렇구나, 우리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
음, 매출 데이터에서 각 고객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있나요?
아, 그렇지. 카드 사용 고객의 일련번호나 현금영수증 번호를 사용하면 되니까.
그럼 각 고객의 주문 및 식사 패턴을 분석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주문한 손님이 음식을 남기고 다시 식당을 찾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음식은 고객이 대체로 불만족스럽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겠죠. 
아, 그렇구나. 그럼 반대로 어떤 음식을 한번 주문한 고객이 계속 그 음식을 주문하는 패턴을 보인다면 그 음식은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이야기구나?
네, 삼촌 이제 데이터 과학자 다 되셨네요. 만약에 그 고객이 다른 고객까지 데리고 와서 같은 음식을 주문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신호는 없겠죠. 친구까지 데려와 먹을 만큼 맛있다는 것이니까요!

조카의 말대로 고객별 주문 및 잔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김사장은 사람들이 한번 주문하고 더 이상 주문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아예 손님들이 식당에서 발길을 끊는 몇 개의 음식을 발견하고 메뉴에서 없앴다. 반대로 한번 주문하면 꼭 다시 주문하는 음식도 있었는데, 이런 음식은 메뉴에서 좀 더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했다. 이후 해당 음식은 주문율이 올라갔고, 우리 식당의 단골 고객도 그에 따라 늘어만 갔다.

고객의 행동을 보고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실험을 통한 신메뉴 개발

몇 번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김사장은 자신의 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의사결정의 위험성과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매출액뿐만 아니라 고객의 주관적인 만족도와 남은 음식의 양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꾸준히 개선 사항을 찾았다. 이런 그의 노력 덕분인지 그의 식당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모두들 불황이라고 힘들어할 때 얻은 성과라 더 갚진 것이었다.


어느 정도 식당이 궤도에 올랐지만 그는 현상 유지에 머무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음식 박람회를 통해 몇 가지 신메뉴 아이디어를 얻었다. 하지만 이 메뉴에 고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맛 등을 어떻게 결정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는 다시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미 여러 번 식당 운영에 대해 도움을 받은 덕에 그는 조카를 ‘박부장’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박부장, 우리가 이번에 개발한 신메뉴를 테스트하려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아, 삼촌 왜 그러세요~ (웃음) 아니 무슨 메뉴인데 그렇게 고민을 하세요?”
“아, 요새 유행하는 달콤한 맛의 치킨이야. 그런데 양념을 얼마나 달게 해야 할지도 판단이 안 서서…”
“아, 저희는 보통 그럴 때 A/B 테스팅이라는 걸 하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고객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각 그룹에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반응을 비교하는 거예요.”
“아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우리 식당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뭐, 신메뉴를 특별 메뉴로 만들어서 손님별로 양념을 다르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김사장은 “역시 우리 박부장은 똑똑해!”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기본 메뉴의 양이나 맛이 달라지면 문제지만 특별 메뉴라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김사장은 다음 날부터 신메뉴 준비에 착수하여 일주일 안에 실험에 들어갔다. 조금 단 맛, 보통 단 맛, 그리고 아주 단 맛의 세 가지를 준비하여 손님들에게 특별 메뉴로 선보였다. 그리고 특별 메뉴에 대해서는 별도의 피드백을 받아 각 양념 유형별로 만족도를 기록했다.


일주일 안에 손님들이 조금 단 맛을 좋아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과정을 거쳐 개발된 허니 치킨은 식당의 최고 인기 메뉴로 자리를 잡아 김사장을 기쁘게 했다. 김사장은 그 후에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마다 실험을 거쳐 최적의 맛과 양을 결정해 나갔다. 박부장(?)은 이제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며 흡족해했다. 김사장이 더 이상 매출 걱정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물론이다.

미국 레스토랑 체인에서 셰이크 음료의 배합을 실험하는 장면


데이터 활용의 숨은 장벽들

지금까지 김사장의 이야기를 통해 식당 운영자 입장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다양한 의사결정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일이 생각만큼 복잡하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관에 모든 결정을 의지하는 대신 최대한 데이터와 실험을 활용하려는 마인드가 그 출발점이다. 필자가 지난 글에서 썼듯이 이런 ‘데이터 마인드’를 가지고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무수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다들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왜 실제 활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까? 세상의 모든 일처럼 데이터 활용도 마음만 먹어서 되는 일은 아니다.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실천하여 결과를 보기까지는 여러 종류의 장벽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다. 이 글을 마치기 전에 위 사례를 바탕으로 데이터 활용의 숨은 장벽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위한 여유

우선 데이터 수집 및 분석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필자가 주변에 데이터 이야기를 하면 가장 자주 들리는 이야기가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요?'다. 하지만 개인이나 조직이나 시간이 남아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하는 일을 더 잘 하고, 그 결과로 더 많은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만약 바쁘다는 핑계로 김사장이 손님 및 메뉴별 매출이나 잔반 데이터를 제대로 집계하는 것을 게을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위에서 설명한 어떤 변화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해도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한가지다. 기껏 수집에 들인 노력을 다 낭비한 셈이다.


실험을 위해 현상 유지를 포기할 용기

데이터 문제의 종류에 따라 그냥 주변의 데이터를 모아서 해결되는 문제도 있지만, 여러 대안을 비교해서 더 나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실험은 각 조건에 따른 데이터를 별도로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고, 특히 레스토랑과 같이 음식과 서비스의 품질과 일관성이 고객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는 제대로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한데', '귀챃은데' 하면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신메뉴를 내놓았다면 어떻까? 고객들이 신메뉴에 만족했던 불만족했던 이를 제대로 알 길이 없다. 또한 만약 상당수의 고객이 불만족한 경우라면 이를 깨닫고 메뉴를 다시 바꾸었을 때는 이미 상당한 손해를 입은 시점일 것이다. 소규모의 실험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이런 손실은 없었을 것이다.


데이터가 말하는 결론을 따를 유연성

마지막으로 데이터 분석의 효과를 보려거든 그 결과를 실천해야 한다. 그런데 결론이 항상 자신이 예상했거나 따르고 싶은 방향으로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신의 감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데이터를 다시 한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검토 후에 데이터에 오류가 없다는 확신이 섰다면? 그때는 두말하지 않고 데이터에 따라야 한다. 


맺음말

이 글에서는 식당 운영에 데이터 과학을 접목하는 사례를 통해 데이터 활용이 그다지 복잡한 것이 아니며, 누구나 데이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보았다. 위 사례는 필자의 상상력의 결과물이지만 최근 통계청 수기 공모전 당선작에는 간단한 통계 분석을 통해 통닭집과 슈퍼마켓의 재고를 조절하고 매출을 올리는 사례가 소개되었다. 실제 사례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도록 하자. 


이 글을 마치며 "밝음(깨달음)의 가격은 어두움(무지)의 비용보다 낮다"는 명언을 인용해본다. 
여러분은 밝음과 어두움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The price of light is less than the cost of darkness.
– Arthur C. Nielsen

참고자료

용인 노인복지관 음식 만족도 설문조사 사례 

PDQ’s corporate test kitchen helps shape menu updates
[수기공모전 우수상] 통계로 만든 우리 가게 제2의 전성기

[수기공모전 최우수상] 누가, 무엇으로 치킨을 튀기는가? - 통계로 튀기는 치킨


추신: 저의 책 '헬로 데이터 과학'이 지금 YES24에서 예약판매 중입니다. 데이터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블로그와 페이스북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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