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적운 May 25. 2021

농인의 목소리





농인들에게도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예전에는 미디어에서 농인인 등장인물이 나오면 대부분 말을 할 수 없고 수어나 필담을 사용해서 다른 등장인물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니면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은 할 수 없는 캐릭터로 묘사되는 경우도 많았지요. 지금은 농인의 행동이나 발성 등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배역의 목소리를 사실적으로 독특하게 재현하는 연기자들이 늘었지만요.


그러다보니 현실에서 농인을 만나는 분들은 농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거나 당황하기도 합니다.



목소리는 폐에서 나온 공기가 성대를 지나면서 내는 다양한 소리입니다.


청각장애 이외에 혀나 성대를 다치는 다른 신체적 장애가 있지 않다면 농인들도 당연히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말(음성언어)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부터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농인이 말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발성훈련 등의 언어치료가 필요합니다. 언어치료를 받는 과정은 라일라님의 네이버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 13화 발음 1편부터 17화 발음 5편까지에 잘 묘사되어 있답니다. 만화상으로는 재미있게 표현하셨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인은 자신의 발음을 직접 듣고 다른 사람의 발음과 비교하여 교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말 힘든 과정이라고 해요.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59934&no=13&weekday=wed


이런 훈련을 통해 구화口話를 잘 구사하는 농인도 많지만, 구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농인도 많습니다. 구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농인들도 대화하면서 목소리는 나옵니다. 다만 청인들에게 익숙한 한국어의 발음법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청인들이 이질적이라 느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지요.


사람마다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거칠게 나누면 아래와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농인도 있고 조절하기 어려워하는 농인도 있습니다.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하기 어려운 것은 주변의 소리가 어느 정도로 들리는지, 자신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로 큰지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야기를 하면서 습관적으로 특정한 소리를 내는 농인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본인이 소리를 내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문에 '예의가 없다', '무식하다', '눈치가 없다'라고 억울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극장 안이나 전시관, 도서관처럼 특별히 조용히 해야 하는 장소에서는 농인이 큰 목소리를 낼 경우 동행이나 수어통역사가 "주변이 굉장히 조용하니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 주세요"라고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수어통역사가 수어통역을 위해 농인과 동행했을 때 통역의 상대방인 청인이 농인의 목소리가 듣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소리를 내지 않게 해달라'라고 요구하는 경우, 특별히 조용히 해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면 통역사는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청인들도 각자의 말버릇과 언어 습관이 있듯이, 농인의 경우에도 자신이 살아오면서 굳어진 언어 습관이 있는데 이것을 단지 '듣기 불편하다'라는 이유로 교정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농통역사는 무슨 일을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