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에 페이스북에 뜬 강원도쌀연구회 활동을 우연히 보다가 떠올랐다.
한때 지자체별 쌀연구회를 만나러 엄청나게 발품을 팔았던 적이 있다. 하고 싶었던 말은 하나였다.
"쌀을 도정해서 팔지 말고, 가공해서 파세요. 소비도 늘고 수입도 안정됩니다."
막상 만나보니 관심은 있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분은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공은 그분들의 영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 일이 아닌데. 다른 사람이 하겠지.'
농업계에서 가공식품이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난 농부지, 식품 만드는 건 내 일이 아니야."
하더라도 농부 스타일로 한다.
한동안 그 부분이 답답하고 불만이었다. 농산물 가공산업이 활발해지면 소비가 늘고, 결국 생산자인 농부에게도 좋아지는데. 왜 그 중요한 문제에 관심이 없냐고.
지금은 이해한다.
내 일이 아닌 것에 관심 갖기란 원래 어렵다.
농사를 오래 짓지 않은 청년농들이 오히려 가공창업에 적극적인 것도 그래서다. 아직 농사가 '내 일'로 굳어지지 않았으니까.
나는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단계를 아우르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잘하는 영역에 기반을 다지고, 거기서부터 점점 확장할 것이다.
늘 아쉬운 건 그 모든 걸 총괄해야 할 정부다.
매년 예산을 쏟아붓고 뭔가를 한다고는 하지만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관료들의 시야가 농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농부와는 다른 시야로 일하는 공무원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교육을 맡아야 할 전문가들마저 각자의 영역 한 켠에만 꽂혀 있다.
농업 전 영역을 아우르는 사고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누가 누굴 가르치겠는가.
그러니 농업은 맨날 저수익이고, 돈이 안 되고, 보조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된다.
"유럽 농부는 어떻고, 미국 농부는 연봉이 1억이 넘는다"는 얘기는 완전히 딴 나라 얘기가 되어버린다.
결국 한 사람이 나와줘야 한다.
산업계든, 공직이든, 생산 현장이든, 교육계든. 농업의 혁명을 이끌 수 있는 사람.
개인이 산업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기회, 그게 바로 지금 농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이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