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마저 맞장구쳤던 순간
"김밥 한팩 주세요."
"그거 혼자 다 먹으면 살 더 찐대이."
생전 처음 들린 가게였다.
한창 살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던 시기에
아저씨의 그 말 한마디는
콧속으로 찌르는 듯 날카롭게 꽂혔다.
왜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 하지?
나는 화가 나면서도, 속으로만 끓었다.
차에 타자말자, 기다리고 있던 엄마에게
그 상황을 털어놓았다.
"틀린 말 한 거 없네."
.....
순간,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엄마는 내 속상함을 달래주기는커녕
아저씨 말에 맞장구를 쳤다.
화가 나고, 서운하고, 답답했다.
속상해서 기대했던 위로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내 마음만 더 무겁게 누른 느낌이었다.
나는 그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엄마는 내 마음을 달래주지 않는다.
그저 현실을 인정하게 하고,
속상한 마음은 내가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걸.
차 안에서 김밥을 바라보며,
아저씨의 한마디와 엄마의 맞장구가
내 마음을 얼마나 무겁게 만드는지
분명히 느꼈다.
그날의 불쾌함과 답답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맞장구쳤지만,
나는 그날의 말과 마음은 여전히 안고 있다.
누군가의 한마디는
이미 마음이 예민한 순간,
더 큰 상처가 된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사람조차
그 상처를 달래주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