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by 금은달

삶이 무의미하고 덧없이 흘러간다. 밖은 무탈하고 평화롭다. 머릿속은 여전히 포탄이 터지는 전쟁통이고 마음은 파도처럼 멈추지 않고 일렁인다. 겉보기에 잔잔하다고 물살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지금의 평화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재가 되어 사라졌던 폼페이처럼 현실이야말로 신기루와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삶에 감히 평화라는 말을 붙여도 될까? 헛되고 헛되고 헛된 것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내 몸뚱이와 그 안에 깃들지 못한 정신이다.


강물은 마치 가야 할 길을 아는 사람처럼 머뭇대지 않고 흘러간다. 유수는 의미의 경중을 따지지 않는다. 희로애락도 없다. 삶은 마치 흐르는 강물과 같다고들 한다. 때론 급류에 휩쓸리고 유속에 몸을 맡겨야 한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내 영혼의 선장이다.


어차피 떠있을 수밖에 없는 나룻배와 같은 존재라면 선장이 되길 택하는 게 낫다. 삶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고들 한다. 강물은 무심히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나의 마음 씀과 애먼 노력과 부조리한 철학이 덧없다. 그러나 이게 인간의 민낯이라면? 저마다 그럴 싸한 가면을 쓰고 살지만 다들 쓸데없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달리고 있고, 달리기를 멈추면 허무함에 까무러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뻥 뚫린 정신과 육체를 메꾸기 위해 난리 부루스를 추고 결국 채워지지 못한 심연을 섬유로 덮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도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