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ㅣ 나 결혼 잘 못했구나..
연애하면서 술 때문에 신랑과 헤어지려 했었다.
신랑이 술을 안 좋아한다고 해서
태어나 처음으로 그랬다고 해서
무릎 꿇고 싹싹 빌어서
넘어갔는데..
신랑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술 마시고 애교 피우며 들어오는 모습에 넘어가 주곤 했다.
“경순아, 내 친구 결혼한다는데 하루 전에 내려가서 친구들 만나고 그다음 날 결혼식 참석하려는데 같이 갈래??”
“전날 내려간다고? 그럼 술 먹고 놀겠네?”
“응 많이 안 마셔~”
“아냐, 그냥 오빠 혼자 내려가서 술 마시고 결혼식 다녀와”
술로 인해 말이 나오는 것이 싫었고, 그 상황들이 올까 봐 맘 편히 남편 혼자 다녀오라 했다.
아니라며, 안 그럴 거라며.. 같이 가자고 하자는 남편의 손에 이끌려 부산에 내려갔다.
신랑 고향은 마산이다. 제법 가까웠던 부산이라 친한 친구 결혼식이라 신랑 친구분들이 꽤 모였다. 그중에서 신랑이랑 정말 비슷한 친구 말고는 다 결혼이든, 연애든 하고 있었다.
해운대에 달맞이 고개 가는 쪽에 허름한데 바다가 보이는 한 모텔이 숙소였다. 같은 층에 다른 호수로 숙소를 잡아놨다.
고개가 약간 갸우뚱 거렸지만, 넘어갔다.
저녁 내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치맥까지 했다.
신랑은 좀 취했고, 신혼부부인 우리는 먼저 일어나 부산 밤바다를 거닐었다. 술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엎어주며 알콩달콩 숙소로 가는 길이었다.
그때였다. 신랑의 핸드폰이 바삐 울렸다..
“어? 어~ 알았어~ ”
“오빠 뭐야? 왜?”
“친구가 술 떨어졌다고, 술 사 오래~”
“엥? 왜 오빠더러 사 오래? 나랑 같이 있는 거 알잖아?”
“아 ~ 그냥 들어가는 길이니까~ ~ ”
“또 술 먹으러 가는 거야? 나 두고?? ”
“아니야~ 술만 전해주고 나와야지~ 무슨 소리야~ ”
“나 모텔 이런데 무서워 혼자 못 자, 술만 주고 빨리 와야 해! ”
“응!!”
뜬눈으로 어둠을 보내고, 저기 멀리서 해가 뜨려 하는 듯했다. 그는 내 옆에 없었다. 난 너무 화가 나 있었다.
비틀거리며.. 들어온 신랑..
“뭐야?! 이렇게 혼자 두려고 나 데려왔어?”
밤새 쌓인 감정이 목소리를 통해 나왔다.
“아.. 미안.. 그럴 수도 있지.. ”
“그럴 수도 있다고?? 내가 그러니까 안 온다 했잖아!”
쉽게 가라앉을 감정이 아니었다.
“미안.. ”
“결혼식도 있는데! 새벽까지!! 아니 신혼부부이고 부인 혼자 덩그러니 있는데 친구들은 뭐야? 왜 그래? ”
…
“아.. 아!! 아!!!!! 미안하다 했잖아!!! 아악!!!!! ”
온 모텔에 본인 목소리를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 괴물같이 포효하는 그의 목소리를 얼굴을 봤다.
난, 너무 놀랐다.
그는 .. 쏟아내선 안될 말들을 갑자기 포효하며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 같은 게 나랑 급이 맞는다고 생각하냐~ ?! ”
…
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남편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입에서 칼들이 날아와 내 가슴에 수도 없이 꽂혔다. 난 이유도 모른 채 그 칼들을 맞고 있었다.
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여기서 도망가야 해’라는 생각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내 짐을 챙겨 서둘러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혼란스러웠다. 내가 본건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는데, 분명 괴물이었다.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계단에 짐가방을 두고 털썩 앉았다. 한동안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나, 결혼 잘 못했구나.. 어쩌지?’
도망쳐 나오긴 했는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 결혼식에 초대되었던 친척들, 부모님, 특히 엄마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 ‘이혼한다 하면 화내겠지?’
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난 내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부모님의 쪽팔림이 생각이 났다.
몇 시간을 그렇게 복잡하다 멍한 상태를 반복하며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말 잘 듣고, 맘이 여린 내가 한 선택은
괴물이 있는 곳으로 다시 들어가는 거였다.
들어가니 자고 있는 그였다.
인기척을 내며 그를 깨웠다.
나를 보며 깜짝 놀라는 그였다.
‘이혼하겠구나’ 생각을 하고 잤다고 했다.
근데 다시 돌아와 내가 먼저 손을 내밀 었으니 말이다. 고맙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니였나보다.
이제 결혼한 지 6개월..
의심스러웠던 것들이
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다시 괴물같던 그에게 돌아간, 이날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었다.
이날, 그와 이혼을 했어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