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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Nov 27. 2024

의식주 중 제일은 '주'니라. (1)

일본에서 집 구하기

6년간 일본에서 이사를 딱 한번 했다.

3개월간 지냈던 셰어하우스와 근처 멘션


그 집이 맘에 들었던 게 아니다. 이사는 돈이 많이 들고 귀찮기 때문.

그렇기에 집을 고르는 건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24살의 나는 정말 아~~~~ 무겠도 모르는 어리숙한 친구였다. 반면 무모했다.


3개월만 계약했던 셰어하우스는 자취의 로망을 실현하고자 연장하지 않고 혼자 살 집을 구하기로 했다.

외국인이 현지에서 집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현지 부동산 또는 출신국적의 분들이 운영하는 부동산을 방문하는 것이다. (부동산 어플도 잘되어 있지만 외국인인 경우 직접 부동산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


나는 패기롭게 현지 부동산을 방문했다.


참고로 일본어 수준은 부동산용어를 대충 알아듣기는 하지만 스스로 다양한 질문을 할 수준도 아니었다. 언어를 떠나서 더 큰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집을 선택해야 하는지 전혀 무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때는 일본에 온 지 3개월 차(근자감이 가득한 시기)였다.  


부동산에 방문하자 일본인 젊은 남자 직원이 친절하게 나를 맞아 주었다. 몇 마디 주고받지도 않았는데 '왕상! 왕상이 응대해야겠어~'라며 옆에 있던 예쁜 여자 직원에게 나를 토스했다. 왕상은 중국인이었는데 일본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응대하는 직원이었다. 중국인이라고는 알 수 없을 정도로(유창한 일본어, 외적인 부분) 일본인 같았는데 젊은 나이에 일본에 건너와 부동산자격증을 취득해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였다. 이 친구를 보면서 나도 일본에서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잠시 생각했었다.


왕상에게 희망하는 지역과 월세를 말하자 세네 개의 매물을 보여줬고 그중에 2개를 추려 직접 방문해 매물 1과 2 모두 둘러보았다.


대략적인 매물의 특징은 이렇다.


매물 1                                         

전형적인 일본 맨션구조 (출처 : 야후재팬)


- 전형적인 구조의 1DK                                                      

- 증축 20년 차                                 

- 2층/엘리베이터有

- 오토록 X                                 

- 근처역 도보 15분                     


매물 2  

실제 살았던 맨션 구조 (출처 : 야후재팬)

- 가구배치가 매우 애매한 구조의 1DK

- 증축 7년 차

- 4층/엘리베이터無

- 오토록 O

- 근처역 도보 10분


매물 1은 건축 20년 차 치고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하지만 층수가 2층이었고 해가 들지 않는 구조라 맘에 들지 않았다. 또 같은 지역이었지만 지내던 셰어하우스에서 조금 떨어져 있던 탓에 동네가 낯설었다.


매물 2는 신축느낌에 일본 맨션(한국의 빌라)은 가전가구는 없는 곳이 대부분인데 티브이와 에어컨이 있었고 셰어하우스에서 도보 2분 거리라 정들었던 동네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발품 팔다'라는 말도 모르던 나는 매물 2개만 소개를 받고 바로 그날 매물 2를 계약했다.


사실 매물 2로 결정한다고 했을 때 '이 순진한 여자애야 그렇게 대충 고르면 안 돼 좀 더 생각해 봐, 매물 2는 아니야..'라는 왕상의 눈빛을  아주 살짝 느꼈지만 나는 그저 빨리 정하고 싶은 안일한 생각에 덜컥 계약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어리석은 결정은 6년간 일본생활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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