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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 Kim Apr 20. 2020

아무것도 하지 싶지 않아. 격하게.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일도 느슨해지고 다양한 계획들이 취소되면서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다. 앞다투어 이 시간 동안 무엇을 일구어 낼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난 이 시간들로 꼭 무엇을 해내고 이루겠다는 강박이나 목적 같은 것 없이 그냥 마음이 내키는 데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편하게 끄적이고 싶고. 방에 해가 꽉 찬 밝은 낮시간에 나른한 고양이처럼 조용히 낮잠을 자고 싶다.


창문 앞 소파에 앉아 멍을 때리며 따끈한 녹차가 담긴 머그잔을 양손으로 감싸고 천천히 차의 맛을 음미하고 싶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파자마를 입고 생활하다 그 파자마와 또 그대로 잠이 들고 싶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아침 샤워를 즐기고 싶고 샤워 후 상쾌해진 기분과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며 머리를 말리고 싶다.




좋아하는 영화를 와인 한잔하면서 살짝 취한 기분으로 감상하고 싶고 매콤 달콤한 떡볶이를 먹으며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예능과 큰소리로 웃으며 오후를 보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화를 신고 천천히 봄꽃들을 감상하며 집 주변 공원들을 한 바퀴 돌아보고 집에 돌아와 꽃들의 이름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저녁 후 작은 등하나 켜놓고 잠시 눈을 감고 저녁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싶다. 최근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세상의 나의 공간이라는 이곳. 세상에서 나를 가장 편안하게 보듬어 주는 나의 집.


이런 하루는 내게 특별한 발전이나 베너핏을 위한 것은 아니겠지만 나의 마음이 평온해지고 나만의 온전한 하루였다면 그거면 된 거 아닐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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