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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연 Jun 14. 2021

해외여행 광고가 불편한 이유

백신만 맞으면 떠나도 된다고 말하지 마세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2월까지 나의 직접은 국외여행 인솔자였다.

관광 전공자로, 여행사에 입사해 꼬박 10년을 여행업에 종사했다.

누구보다 여행을 좋아했고, 여행업을 사랑했다.

 

여행을 업으로 하던 내 일과 직업을 사랑했지만 전대미문의 이 역병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같은 직업군을 가진 지인 모두 거의 백수가 되었다.


북경에서 유럽계 호텔 B2B 회사에 다니던 친구 J는 작년 설날을 기점으로 퇴사를 하고 귀국을 선택했고,

한국에서 유명 외국계 호텔 지배인인 B는 해고 대신 호텔을 하나 더 맡는 보직을 조건으로 버텼고,

M투어, H투어, H관광, L관광 등.. 모두가 아는 여행사에 있던 동료들은 여행업을 자의 혹은 타의로 떠났다.


한국에서 혹은 해외에서 관광학을 전공한 지인들은 여행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고,

적어도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향후 10년 이상은 더 이 업에 종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코로나로 나와 많은 지인들이 직업을 잃거나 바뀌는 동안.

사람들에게 여행이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는 오랜 기간 아웃바운드 인솔자를 하며, 여행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누군가의 길벗으로, 동행자로서 여행을 안내하고 도와주는 역할은 물론 매력적이고 멋진 일이었으나..

점점 숱한 여행자들의 사고방식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느낀 환멸의 감정에는 여러 이유들이 존재했다. 여행자들의 태도, 방식뿐만 아니라..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여행사에 대한 불신 또한 높아져갔다.


우스갯소리로.. 3대가 덕을 쌓으면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만큼 어려운 것이 또 있었으니,

3대가 덕을 쌓아야 한 팀에 진상 손님 하나 없고 컴플레인이 나지 않고 무사히 끝이 난다는 것.

그만큼 여행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나로서는 매일이 지독한 컴플레인과 변수와의 싸움에서 버티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 이전에도 3대가 덕을 쌓아야 무탈한 여행을 하는 것인데

코로나 이후에는 도대체 몇 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한 일일까?라고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실제로 코로나가 남미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을 때.. 페루에서 인솔자를 하고 있던 후배가 다급히 연락이 왔다.

"언니.. 저 남미 모든 일정 취소되고 손님들이랑 페루 특별 전세기로 한국 들어가요. "


맙소사.

코로나 이전 출국해서 남미 출장 일정을 3번째 앞둔 후배의 메시지에 너무 놀랐다.


손님들이 출국을 할 때는 이미 남미에 코로나가 퍼졌고, 여행사는 전체 환불을 해줄 여건이 되질 않았고  

온갖 컴플레인을 받아가며 팀을 남미로 보냈더니.. 남미 현지는 도착하자마자 호텔 2주 격리+ 국경 통제가 되었다는 것.


페루에 도착한 손님들과 호텔에 2주를 격리하는 내내 대사관과 아에로멕시코, 한국 본사와 매일 통화하느라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다는 후배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단체여행은 적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때에 가더라도

온갖 변수들이 생기는데 하필이면 이 코로나 시국에 단체여행이라니.

후배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며칠 내내 얼마나 불안하고 앞이 캄캄하던지.

어찌 됐건 후배는 겨우 남미를 탈출해 한국으로 돌아왔고 한참동안 사람을 만나는 게 싫다고 했다.


여행을 동행하는 직업인 우리로서는

코로나 시국에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예민하고, 날이 선 모습을 하고 있을지 너무나 잘 알기에..

당분간의 출장은 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백신 접종자들의 유럽 단체여행에 대한 기사를 보다가 머리가 아팠다.

유럽 단체여행을 위해서는 휴대용 태극기 뱃지와 스티커를 부착하고 간다는 것이었다.    


맙소사......


꼭 손에 태극기를, 가방과 옷에 태극기 스티커를 부착하고라도 해외여행을 가야 하는 걸까?

과연..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고 하면 괜찮은 걸까?  

숱한 해외여행을 하며 유럽에서 받았던 인종차별은 그냥 내가 아시안이기 때문이었다.


백신 접종을 빨리 하고 코로나 시국에 해외여행을 가자..라고 하는 것에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회의적이다.


홈쇼핑에는 여행사들의 홍보가 더 대단하다.

현금이 없는 여행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금 융통을 위해서 모객을 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또 고객들을 유혹할 것이다.


항공료를 뺀 현지의 호텔과 이동 식사 금액이 말도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매진 행렬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니 허탈하다.


그 금액으로 여행 가는 호텔은

코로나 전에도 사건사고가 많은 호텔일 테고

위드 코로나 때는 방역은 제대로 하긴 하려나..


나의 대답은 NOPE.


조금 더 안전할 때 해외여행을 가면 안 되는 걸까.

왜 모두 여행마저 빨리빨리에 익숙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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