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테스트 001
아래의 글에는 여러가지 잘못된 내용이 숨어(?) 아니 대놓고 있습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있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글의 특성상 정답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논리와 자신이 찾아본 자료에 비추어 이거 틀렸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 그게 맞다고 하셔도 무방합니다. 자신의 주장에 근거를 댈 수만 있으면 괜찮습니다.
사실 글이 잘 이해가 안 가신다면, 책상에 앉아서 제대로 노트에 요약해 가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뇌를 꽤 많이 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명에게 테스트해 본 결과,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혹시 많이 발견하셨다면 댓글로 무엇이 틀렸는지 자랑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수천 년 전 수메르인들은 나일 강가에서 매끄러운 파피루스 위에 갈대 붓으로 기록을 했습니다.
설형문자(Cuneiform)가 사물의 형상을 본뜬 그림에서 시작해 점차 알아볼 수 없는 추상적인 기호로 변해간 과정은 단순히 필기의 편의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정보의 해상도를 낮추는 대신 전송 속도와 저장 효율을 극대화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복잡한 곡선과 세밀한 묘사를 버리고 쐐기 모양의 조합으로 단순화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고용량 동영상 파일을 MP3 포맷으로 변환하는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수메르 문자 시스템의 정수는 하나의 기호가 오직 하나의 의미만을 갖는 일대일 대응성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발을 뜻하는 기호 하나로 걷다, 일어서다, 움직이다 등 여러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그 뜻에 따라 발음도 달랐습니다.
기호가 처음의 간단한 의미보다 더 많은 내용을 나타나게 되자, 그에 따라 기호의 전체 개수는 점점 줄어들어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기호의 수는 600개를 넘지 않았습니다.
이는 찢어지기 쉬운 파피루스에 최대한 안전하게 정보를 담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기호의 개수가 수천 개에서 26개로 줄어든 현상은 자주 쓰이는 패턴을 짧은 코드로 치환하는 현대의 데이터 압축 기법인 허프만 코딩을 연상케 합니다.
이렇게 압축된 정보를 풀기 위해서는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완벽한 합의가 필요했습니다. 필경사들이 사용했던 함무라비 법전은 오늘날의 데이터 사전이나 암호 해독키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 법전이 있었기에 필경사들은 추상화된 기호 속에서 걷다와 서다를 구분하고 정확한 소리값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즉 수메르의 문자 시스템은 단순한 기록 수단을 넘어 인간의 인지 능력을 활용한 고도의 하드웨어적 처리를 전제로 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고대를 투박하고 비효율적인 시대로 오해하곤 합니다. 그러나 수메르의 점토판은 인간이 정보를 다루는 방식의 본질이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풍부한 자원 속에서 의미를 고정하면서도 가장 경제적인 방식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상형 문자가 보여주는 문명의 지혜이자 오늘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계승하고 있는 데이터의 경제학입니다.
해설: 수메르 문명의 데이터 혁명